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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호석 시인 / 동행
내일이 있으므로 오늘이 있는 거지
만남의 인연을 연정으로 다듬어 함께 가고자 손잡아준 님이여!
새날의 이정표가 있을 그 어디 쯤에 사랑을 저축할 둥지를 향해 동행하는 내일의 길 있으니 행복인 걸
들꽃처럼 우리 소망 하늘 한켠 걸어놓았지 언 듯 접혀진 날들 펼쳐보면 세월의 바람에 긁힌 자국 많지만 구비마다 젖은 눈으로도 웃어 보이는 님이 있으므로 내가 있는 것을
높고 낮은 구불 길인들 동행하는 내일의 길 있으니 어디라도 외로울까.
허호석 시인 / 그리운 山河
햇살의 첫동네 금강상류 옛생각 그리운 山河여! 고향 가는 길은 구불구불해서 좋았지
모래밭에 물길을 내어놓고 고무신짝으로 송사리 노는 하늘을 담아내며 여울물소리에 누워 꿈을 키웠던 강변도 바짓가랑이 마를날 없이 내달리던 들판도 새참자리 불러주던 감자같은 사람의 손짓도 정겨웠지 잘 되어 돌아오겠다며 넘던 고개 건강하세요 건강해라 빌었던 어머니의 보름달도 그렇다
어허 어허 가난도 좋아라 하늘밭에 사는데 우리들은 용담호 수몰린 그 누가 지은 이름인가 용담댐에 내몰리던 2,800세대 13,000명의 민초들 삶의 터전을 물에 묻고 실향민의 길을 떠났더라
찔레꽃으로 피어났던 첫사랑의 추억도 고향 상실의 아픔을 가슴 가슴에 묻고 영원히 갈 수 없는 고향 이정표 없는 나그네일지라도 내 돌아갈 고향 하늘만은 영원하리니 그리운 山河 청산을 품으리
허호석 시인 / 하하하 웃으며 살자
아침 일찍 일어나 잠자는 가족 얼굴 번갈아 보다 고생하는 아내 보고 여보 고마워 감사해 웃는다
그리고 새근새근 잠든 딸보며 어쩜 이렇게 닮았지 신기해 웃는다
화장실 거울 보며 여기 또 한 놈 지보고 웃고 밥상머리 모인 가족 네가 최고, 밥 맛있다 깔깔 웃는다
출근길 서로 만나 반갑다 웃고 일터 격려 속 신나 웃는다 퇴근길 가벼워 내일 또 좋은 약속
현관문 앞 반기는 아내 이마에 뽀뽀뽀, 어느새 방긋 웃는다
우리 모두 살아 숨 쉬고 있으니 슬픔도 감사해 웃자 성냄도 욕심 없이 묶은 때 낀 배꼽이여 빠져라 웃자 으하하하 으하하 웃으며 살자
성냄도 욕심 없이 하루하루를 묶은 때 낀 배꼽이여 빠져라 웃자
으하하하 으하하 웃으며 살자 으하하하 으하하 웃으며 살자 으하하하 으하하! 으하으하하!!
하늘은 슬퍼하는 자 슬픔 주고 기뻐하는 자 웃음을 준다.
허호석 시인 / 달아난 잠
자정 넘어 창문 밖 자동차 소리 졸고 있던 짐들이 따라 갔나 봐 어디서 달아난 잠 붙잡아 오나
눈 감으면 잠들이 크게 일어서 고삐 풀린 망아지 달리듯 하니 어떻게 뛰어다니는 잠 묶어야 하나
온종일 걸어온 어느 길가에 빠트렸나 놓쳤나 울고 있을까 내 마음 잠 주우러 집을 나선다
허호석 시인 / 더불어 사는 세상 2
눈 뜨고 아름다움 보지 못하고
귀 열고 사랑하는 말 듣지 못하고
입으로 사랑한다는 말 하지 못하면
우리는 우리는 장애우
허호석 시인 / 참회
버리고 비우고 버린 빈자리에 어찌,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채워져 그림자처럼 동행을 유혹하는 어지럼중에 나는 머뭇거리는 강물이었다.
마음밭 잡초를 솎아내지 못한 그날의 흔적 지우고 닦아도 흐릿한 자국으로 남아있는 얼룩 겉과 속이 다른 은밀한 죄 어찌합니까
안 그런척 위장된 차림을 내보이진 않았는가. 빗물에 고인 하늘조각에도 발이 채인다
하나님이시여! 지우고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후회 참회하는 아음 새롭게 손잡아주소서
버리고 비운 자리에 한 점 부끄러움 남지 않게 티 없는 하늘을 갈아 끼워주소서
허호석 시인 / 고개 고개를 넘어
잘 되어 돌아오겠다며 넘던 고개 타향살이 고향 그리운 보릿고개였지 빈 까치집 받들고 서 있는 미류나무 먼 하늘 언제 돌아올까 손사래를 나누었던 성황당 고개였다.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보내고 남던 고개 옛님이 그리운 바위고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 발병 난다는 아리랑 고개였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세월 나그네 발길 이런저런 넘어야 할 인생 고개 고개인 것을
너 때문이야 그 꽃이 이미 마음밭에 피어 있기 때문이다 강변 은모래 밭에
물새가 종종종 시 한줄 찍어 놓은
그 곁에 나의 발자국을 나란히 놓은 건 너 때문이야
낯선 들꽃에게 말을 걸고 싶은 것도 신발코 앞에 던져진 잎새 하나에도 발이 채이는 건 너 때문이야
언제까지 처마 끝에 걸어둔 그리움은 나의 시 속에 아프게 묻었다 세월의 바람에 흩뿌린 시는 산에 들에 피고 지고 하늘에 올라 별이 되었다. 그래, 다 너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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