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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보영 시인 / 친구와 애인
친구는 생각만 해도 좋은 것 생각할 때마다 미소를 짓는 것 애인은 시도 때도 없이 생각나는 것 그럴 때마다 만나고 싶은 것!
친구는 큰 산의 숲과 같은 것 숲에 길 하나 내고 그 길 따라 같이 걷고 싶은 것 애인은 숲 속의 나무와 같은 것 꽃이 피었는지, 열매가 맺었는지 자주 확인해야 마음이 놓이는 것
친구는 도움이 필요할 때 손 내미는 것 도울 방법을 같이 찾아보는 것 애인은 도울 것이 없는지 살펴보는 것 힘들지 않도록 먼저 손잡아주는 것
친구는 흐르는 물과 같은 것 바다까지 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 애인은 막아 둔 물과 같은 것 정성 들여 둑을 높이 쌓는 것!
친구는 배려가 있어야 하는 것 욕심을 내려놓고 상대방 처지에서 생각해 주는 것 애인은 욕심이 생기는 것 조급해지지만 상대방을 위해 참아야 하는 것
윤보영 시인 / 그리움
살아가면서 그리움 한 자락은 있는 것이 좋다. 설령, 그 그리움이 아픈 그리움이라 해도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좋다. 꽃이 하늘로 보이고 구름이 호수로 보여도 그리움이 있는 것이 더 좋다.
다행히 나에게도 그리움이 있다. 그리움이 되기까지 힘은 들었지만 지나고 나니 아름답다. 그래서 꽃과 하늘도 너 구름과 호수도 너인 내 그리움을 내가 사랑하면서 산다.
윤보영 시인 / 사과나무는 내 어머니 마음입니다
한겨울 벌판에 서서, 실한 열매 달아달라고 기도하는 사과나무는 자나깨나 자식 걱정하시던 내 어머니 마음입니다 ‘꽃이 많이 피어야 할 텐데’ 한 송이라도 더 피우기 위해 생가지 잘라내는 사과나무는 다친 손을 매주며 더 아파하시던 내 어머니 마음입니다
꽃을 피우고 더 많은 열매로 맺힐 수 있도록 나비, 벌, 바람까지 불러오는 사과나무는 자식들 모두 다복해 지길 바라시던 내 어머니 마음입니다
튼튼한 사과 하나 남긴 채 가지 가득 모여 달린 사과들을 스스로 솎아 내는 사과나무는 안쓰러움을 참고 나를 객지로 보내시던 내 어머니 마음입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농약 속에 살아도 굵게 익힐 열매를 생각하며 웃어 보이는 사과나무는 늘어나는 허전함에 웃음을 채우시던 내 어머니 마음입니다
허리가 무겁도록 사과를 달고도 늘 그랬던 것처럼 무겁다는 내색조차 않는 사과나무는 괜찮다며 내 짐까지 벗어 달라 하시던 내 어머니 마음입니다
아끼던 사과를 따내고 빈 밭에 서 있으면서도 슬픈 기색 보이지 않는 사과나무는 누이를 출가시키며 눈물 참아내시던 내 어머니 마음입니다
사과나무처럼 고향을 지키면서 자식들 잘 사는 게 행복이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살아가는 어머니 오늘따라, 내 가슴에 뿌리 내린 어머니, 당신이 더 보고 싶습니다.
윤보영 시인 / 이런 사람
그대도 분위기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그대도 나처럼 계절을 타고, 음악에 취할 줄 아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그대도 나처럼 가슴 한편에 지난 사랑을 그리움으로 담고 있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내가 가자고 하면 따라 나서고 내가 있자고 하면 곁에 머물러 주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커피 한 잔을 마셔도 날 먼저 생각해주는 사람!
그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더 좋겠습니다
윤보영 시인 / 이름만 들어도 좋은 당신
이제야 알았습니다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고 의식도 하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이억 만 리 외국에 나와서 당신의 존재를 알았습니다.
당신이 있어서 내가 있고 당신으로 인해 내가 행복했다는 사실! 혼자 있어보고 알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작은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도 내 행복을 위해 준 선물이었고 흔들리는 나뭇잎과 부는 바람, 흐린 하늘까지도 당신의 일부였습니다.
낯선 땅 담장에 핀 무궁화 꽃은 감동으로 다가왔고 나와 비슷한 사람만 봐도 따뜻한 정이 느껴졌습니다.
대한민국!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뛴다는 해외 동포의 얘기처럼 당신의 존재를 알게 된 지금은 내 가슴에도 감동이 일고 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좋은 당신 사랑합니다. 대한민국 당신을 사랑합니다.
윤보영 시인 / 커피 여인
카피 잔처럼 모습이 우아하고 커피 향처럼 분위기 낼 줄 알고 커피 맛처럼 미소가 아름답고.
난 그냥, 소녀 같은 그대를 커피 여인이라고 부르렵니다
커피 여인 커피 여인! 왠지 느낌이 좋습니다.
가만히 불러보니 기분이 좋아지고 가슴에 미소가 번집니다.
내가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올 것 같은 사랑스런 여인!
생각만 해도 향기 나는 그대! 이 멋진 그대를 커피 여인이라 부르렵니다.
윤보영 시인 / 행복을 꿈꾸는 언덕
기다림이 행복으로 느껴지기까지는 되돌리고 싶지 않은 아픈 기억이 있었다
생각만 해도 좋은 그대가 떠난다고 했을 때 비늘 떨어진 나비들이 담장 밖으로 날아가고 거꾸로 돋은 가시들이 내 안을 찔러댔다
사랑이란 나뭇잎처럼 아픈 것을 알면서 보내야 하는 것 거짓이라 해도 그대가 원한다면 보내 줄 수밖에 없었다
머물수록 상처만 커진다며 사랑은 나를 두고 저만치 멀어져 갔고 기억들은 돌아와 함바 식당 작업복처럼 가슴에 걸렸다
잊는 것이 떠난 사람을 위한 일이라며 모질게 마음먹고 기억들을 벗겨 냈지만 벗길수록 선명하게 다가서는 모습들
허리 꺾인 일상은 힘없이 거리를 배회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은 날 세운 절망으로 내 안을 난도질 해댔다
더 베일 곳 없는 육신 앞에 절망은 무디어지고 겹겹이 쌓여가는 시간은 모르는 척 지나갔지만 메아리는 처음 만난 날에 동그라미만 칠 뿐
힘겹게 그해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고 새로운 한 해가 더 지나길 여러 차례 이제는 기다림이 행복을 꿈꾸는 언덕
언젠가 돌아오겠지 시들지 않게 마음 적셔 맞아야겠다며 언덕에 싱싱하게 뿌리내릴 집 한 채 짓고 아름다운 흔적들로 울타리를 만들었다
강 떠난 연어가 강으로 돌아오면 내색하지 않고 기다리던 강물이 가슴을 열 듯 내 곁을 떠난 그대가 돌아오면 꽃 그리움 깔아두고 행복으로 맞을 거야
마음을 열어둔 채 오늘도 내 안으로 마중 나갔다가 언덕에 그리움만 걸어 두고 돌아온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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