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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기 시인 / 나는 무엇인가
조그마한 벌레 한 마리가 내 찻잔에 앉는다
진딧물을 잡아먹는 알록달록한 무당벌레
딱 잡아 죽이고 나 후회 아! 나는 무엇인가
비우는 마음 하나 품고 살자 다졌는데
불쑥 튀어나온 이 殺意살의는 그럼, 무엇인가
때까치 앙칼진 울음 봄볕살이 두렵구나
-시집 <낙엽을 쓸며>에서
홍진기 시인 / 가을 손님
간밤에 안마당을 손님 한 분 다녀갔네
단골 식객 까치발이 쪼작쪼작 찍은 흔적
된서리 온다는 기별 문풍지가 울더니만
마루 끝에 제비똥은 오래전에 말라 있고
가을은 안산 발치에 여태도 미적이는데
수노루 멀리서 우네 바짓부리 바람 차네
-시집 <배나무 없는 배나무실>에서
홍진기 시인 / 배꽃 보자고
배나무실 배꽃 보자고 쏟아지는 별빛 보자고
바람을 맞받으며 허위단심 찾았다가
본 듯한 낡은 도래솔 새소리만 듣습니다
생각하면 눈물뿐이라 아니 올까 해봤지만
어머니 가시던 그날 그 자리에 왔습니다
한살이 헛돌아 온 세월 작지 짚고 섰습니다
-시집 <배나무 없는 배나무실>에서
홍진기 시인 / 밤비
우리 동네 안산 마루 내 생각의 안골목에
엎질러진 사연들을 쓸어 담는 밤비 소리
상처도 나이가 들면 그리움이 되는갑다
가늘게 오는 비를 바람이 집적거려
되작되작 적셔내면 눈물도 추억인 것
고독에 주름진 영혼을 귓속말로 불러내네
홍진기 시인 / 나는 무엇인가
조그마한 벌레 한 마리가 내 찻잔에 앉는다
진딧물을 잡아먹는 알록달록한 무당벌레
딱 잡아 죽이고 나 후회 아! 나는 무엇인가
비우는 마음 하나 품고 살자 다졌는데
불쑥 튀어나온 이 殺意살의는 그럼, 무엇인가
때까치 앙칼진 울음 봄 볕살이 두렵구나
-시집 <낙엽을 쓸며>에서
홍진기 시인 / 상사화 -멀리 간 소녀에게
따습한 손을 놓고 천리 먼 길 따로 앉아
생각다가 무느다가 끝내는 또 품는 이름
제대로 한 번 소리 내어 불러 볼란다, 목을 세워
심술궂은 비 내리고 외진 언덕 바람 불어
누르고 다져 산 세월 그 아픔도 내가 챙겨
고독에 범벅이 된 채 물어 볼란다, 목을 놓고
홍진기 시인 / 고독한 새
산그늘 추운 하늘 이마받이 하는 저녁 별처럼 높이 떠서 물결처럼 출렁이다 맛배집 낡은 지붕에 내래 접고 앉은 새
무겁게 부는 바람 억새꽃은 쏠리는데 자락구름 길을 잃고 산을 넘다 날 저물어 감나무 잎 진 가지에 목을 꺾고 앉은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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