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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홍진기 시인 / 나는 무엇인가 외 6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1. 15.
홍진기 시인 / 나는 무엇인가

홍진기 시인 / 나는 무엇인가

 

 

조그마한 벌레 한 마리가 내 찻잔에 앉는다

 

진딧물을 잡아먹는 알록달록한 무당벌레

 

딱 잡아

죽이고 나 후회

아! 나는 무엇인가

 

비우는 마음 하나

품고 살자 다졌는데

 

불쑥 튀어나온 이

殺意살의는 그럼, 무엇인가

 

때까치

앙칼진 울음

봄볕살이 두렵구나

 

-시집 <낙엽을 쓸며>에서

 

 


 

 

홍진기 시인 / 가을 손님

 

 

간밤에 안마당을 손님 한 분 다녀갔네

 

단골 식객 까치발이 쪼작쪼작 찍은 흔적

 

된서리

온다는 기별

문풍지가 울더니만

 

마루 끝에 제비똥은 오래전에 말라 있고

 

가을은 안산 발치에 여태도 미적이는데

 

수노루

멀리서 우네

바짓부리 바람 차네

 

-시집 <배나무 없는 배나무실>에서

 

 


 

 

홍진기 시인 / 배꽃 보자고

 

 

배나무실 배꽃 보자고 쏟아지는 별빛 보자고

 

바람을 맞받으며 허위단심 찾았다가

 

본 듯한

낡은 도래솔

새소리만 듣습니다

 

생각하면 눈물뿐이라 아니 올까 해봤지만

 

어머니 가시던 그날 그 자리에 왔습니다

 

한살이

헛돌아 온 세월

작지 짚고 섰습니다

 

-시집 <배나무 없는 배나무실>에서

 

 


 

 

홍진기 시인 / 밤비

 

 

우리 동네 안산 마루 내 생각의 안골목에

 

엎질러진 사연들을 쓸어 담는 밤비 소리

 

상처도

나이가 들면

그리움이 되는갑다

 

가늘게 오는 비를 바람이 집적거려

 

되작되작 적셔내면 눈물도 추억인 것

 

고독에

주름진 영혼을

귓속말로 불러내네

 

 


 

 

홍진기 시인 / 나는 무엇인가

 

 

조그마한 벌레 한 마리가 내 찻잔에 앉는다

 

진딧물을 잡아먹는 알록달록한 무당벌레

 

딱 잡아

죽이고 나 후회

아! 나는 무엇인가

 

비우는 마음 하나

품고 살자 다졌는데

 

불쑥 튀어나온 이

殺意살의는 그럼, 무엇인가

 

때까치

앙칼진 울음

봄 볕살이 두렵구나

 

-시집 <낙엽을 쓸며>에서

 

 


 

 

홍진기 시인 / 상사화

-멀리 간 소녀에게

 

 

따습한 손을 놓고 천리 먼 길 따로 앉아

 

생각다가 무느다가 끝내는 또 품는 이름

 

제대로

한 번 소리 내어

불러 볼란다, 목을 세워

 

심술궂은 비 내리고 외진 언덕 바람 불어

 

누르고 다져 산 세월 그 아픔도 내가 챙겨

 

고독에

범벅이 된 채

물어 볼란다, 목을 놓고

 

 


 

 

홍진기 시인 / 고독한 새

 

 

산그늘 추운 하늘 이마받이 하는 저녁

별처럼 높이 떠서 물결처럼 출렁이다

맛배집 낡은 지붕에 내래 접고 앉은 새

 

무겁게 부는 바람 억새꽃은 쏠리는데

자락구름 길을 잃고 산을 넘다 날 저물어

감나무 잎 진 가지에 목을 꺾고 앉은 새

 

 


 

홍진기(洪鎭沂) 시인(소설가)

1936년 경남 함안군 출생. 호 소정(小丁). 동국대 국어국문과 졸업. 1979년 『현대문학』 시, 1980년 『시조문학』 시조 천료. 시집 『무늬』 『낙엽을 쓸며』 등 8집 냄. 조연현문학상, 경남문학상, 창원시문화상 등 받음. 국제펜한국본부 자문위원, 고교교사로 근무. 한국현대시인협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