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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류현승 시인 / 출가 1,2,3,4,5, 외 6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1. 16.
류현승 시인 / 출가 1,2,3,4,5,

류현승 시인 / 출가 1,2,3,4,5,

 

 

개 공장을 떠나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아이는

집나오면 개고생이라는 걸 몰랐던 아이는

가로수를 올려다보는 아이는

빗물 타고 노는 지렁이 응시하는 아이는

팔짱 끼고 비를 맞는 처마 밑에 아이는

바람에 뒤집어진 우산살이 부러져 찡그리는 아이는

장화 신고 물웅덩이 물을 튀기는 아이는

옆에서 물 튀긴다고 짜증내는 아이는

 

발정유도제를 맞고 30마리를 낳은

세릅배기보다 오래 살았지

 

노랑, 분홍 꽃가지 흔들어

날리는 꽃잎 속으로 달리다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일갈一喝하고 꿈에서 깨었지

 

말똥한 눈동자가

들여다 본 개수통에

콩나물이 줄기가 뻗어

앞발로 굴려 볕드는 곳에 놓고

-목마른 사자도 풀을 뜯어 먹지!

-황구가 백구를 낳지!

이제, 그건 문제가 아니야!

 

 


 

 

류현승 시인 / 강씨네

 

 

검은 산이 잔뜩 달아오를 때 쯤

십정동에는 계단이 사람보다 많다

딱 하나있는 하늘색 손잡이를 잡고 모퉁이를 돌면

가을을 파는 집이 있다

다모아 호프집에서 전기공 강씨가 나온다

앙감질로 뛰면 건빵 바지에서

단풍잎이 땡그랑 떨어 질 것 같다

우주인처럼 둥실 뜨다

골목길에 그림자가 끼었다

지구를 적시고 있다

 

어제 본 그 남자

문지방 서슬이 아직 푸르러 대문 앞에 분리수거 되어 있다

밤새 개 혓바닥 같은 바람이 얼마나 핥았으면

얼굴이 두부모가 되어 있다

벅벅 긁다 손가락으로 콕콕 찌른다

그 속에서 창이 열린다

머리를 뒤로 묶은 여자 아이가 나오고 파마머리 굵은 허리가 보인다

그의 집에는 식구만 있고 남자도 여자도 없다

햇살이 속 스리다

북어 한 마리 전깃줄에 덜렁 걸려있다

가래떡 같은 물컹한 아침이

술국을 끓이며 그를 질겅질겅 씹는다

 

-계간 <시안> 등단작품

 

 


 

 

류현승 시인 / 신화를 아는 둘레

 

 

이 진득한 역치(閼値)*,

 

태양의 각질에 굴을 파고 알을 낳았다

하루 한 마디씩 낳았다

부화한 것이 안팎으로 덤비는데

그때가 제일 가려워

 

둥그스름하고 납작한 눈을 가진 발칙한 것이

바늘처럼 뾰족한 주둥이는

갈등에서 분노쯤이야, 적출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어, 썩을!

군중의 소리에 낙타 콧구멍처럼 귀를 닫으며, so good!

 

반석 버스정류장에서

물미역 같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다

볼트처럼 새끼손가락을 돌려 귀를 후비다

다리 쫙, 편 불가사리가

-알고 보면 난 별이었지, so good!

- 아차차! 미끄러져 바다에 빠졌지, 썩을!

 

얼굴에 퇴적하는

이 보랏빛 현미경적 병증,

 

가려워 긁으면 피가 맺히는 옛날

파도가 바위를 삼켰다 뱉었다

긁어 준 몸피가 몽돌이 되어도

이 병엔 백신이 없다

 

- 119번 버스가 왔네

- 타자

 

# 어떤 반응이나 현상을 일으키기 위해 필요한 물리량의 최소치.

 

 


 

 

류현승 시인 / 무엇이었을까

 

 

겨울에 먹이가 없으면 사람을 잡아먹는다 했다.

먹을 것이 없는 초식 동물 시체가 즐비한데 해칠 리가 없다했다.

나무가 되도록 다리를 심고 서 있었다.

얼었던 재잘거림이 가루비누처럼 쏟아질 길 기다려보기도 했다.

발톱도 이빨도 날카롭지 못해 졸고 있는 뇌를 두드렸다.

시장 통으로 사냥을 나가자 한다. 울음소리 나는 것을 사왔다.

바구니에서 담긴 파란 것 노란 것 붉은 것들이 칭얼댄다.

달래고 혼내도 멈추지 않아 젖병을 물려 재웠다.

문을 열고 바람을 비켜 밖으로 나갔다

총, 총, 총, 고드름선 처마 밑에서 먹먹한 귀를 후볐다.

찡그리며 시원해 하는 모습이 처연하고 우스웠다

쪼그러 앉는 다면......

굽힌 것은 옹색하게 굽은 것은 초라하게 이마에 피었다.

코브라차럼 허리를 세우고 사물의 모서리를 뽑아 낼 코뚤레를 만들엇다.

세상이 알 속에 있을 때 무게를 찾아 별에 동아줄을 걸었다.

악어 이빨을 갖고 싶어 늪으로 찾아가 먹기 좋게 패대기치는 법을 배웠다.

돌돌 말아 꿀꺽 삼치고 싶어 아나콘다에게 물었다.

몸이 길어지면 입도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숨어 있는 것들은 어떻게 찾아야 하느냐고 모기에게 물었다.

이렇게 빨아야 알 수 있다며 주둥이를 여린 살에 꽂고 원충을 박아 주었다.

몸이 떨렸다 식은땀을 흘렸다 마늘을 먹어야한다고 했다

마늘을 먹었다 웅녀만큼 먹었다.

가슴에서 불이 났다 젖무덤이 퉁퉁 불어 올랐다

젖꼭지에서 떨어지는 페르소나......

 

 


 

 

류현승 시인 / 영양 봉감동 전탑 보고서

 

 

자귀나무에 가래톳 성한 날 산해리에 가면

그럴 것이다 했다가 그런 줄 알았었다며 층층한 돌무더기에 손모아 고개 숙인다

해바라기 예닐곱 곱 이어 올린 나신을 더듬어 보면

청설모 딛고 오를 사다리 같고 물 메기 파닥한 시궁 내 날 듯 한 것이

여우별* 오는 날 감물 들여 놓은 것 같다

배를 대고 등을 댄 정에 멍든 조각이다

잘난 놈 비뚤은 놈 모아 각을 세워 한 돌 두 돌 사이에 재봉 선을 넣었다

바람이 핥은 허리는 평대패로 다듬은 듯 군살이 없다

능陵 바닥에 박은 구운 돌 닮은 깨강정 무더기

한 방울 드나들 옥개*석 구멍은 하루살이 날개에 뎅강 소리 머무는 자리

왕건의 말굽이 더 깊은 자리에 달빛이 눌러도 휘지 않은 모서리 짱짱한 그가 서있다.

물 오른 눈길에 주춤 달콤한 그가 구름에 서 있다.

 

*여우별:흐린 날 잠시 나타는 별

*옥개: 탑 지붕

 

 


 

 

류현승 시인 / 인천 대공원 소풍

 

 

벚꽃!아 눈 아파 오질나게 벚꽃만,

3년 동안 인천대공원만 가는 저주(?)받은 우리 학교 ^ㅅ^...ㅋ

교장 선생님 우리도 애버랜드 좀 가죠

 

유치원 병아리 행진은 짱 귀여워! 다람쥐는 담임 선생님 닮아서 찍었지

ㅅ*ㅅ 너구리는 이쪽 안 봐줬어 ㅜㅜ,

파나코였나?

낙타 일종이랬는데, 풀 먹고, 꼬마가 당근을 주고,

게임에서만 본 고요태 처음 봤어-----

늑대인줄 기대했는데 동물원에 웬 진돗개, 삼살개, ㅅㅅ..ㅋㅋㅋ,,

꽃사슴은 자세히 못 봤어 타조만 근엄하게 이쪽을 보더라

수리 부엉이는 나무에서 내려오지 않아

"부엉이야~ 이리 와"

징그러운 공작새, 예쁜가?

대머리 독수리 멍청하게 생겼어, 아래엔 닭들 자못미산에 오르니 공원 풍경 다보이고 ㅋ 힘들어

이날, 폐수가 흘러나온듯 해, 호수 저 끝 반대쪽엔 청둥오리--

이거 처리 안하면 더이상 여기서 꽥꽥 못보겠지*^*;

노상방뇨하는 아저씨도 봤다. 나 말고 친구들이.

위쪽 물은 깨끗

아침 10시에 가서 3시까지 다닌 거리

 

컵라면이 2천원 애들이랑 천원씩 내서 사먹고,

천원은 군것질 하는데 다 반 땅 ㅋ,ㅋ........

여긴 뭐든 이천원이야----

천원은 집에가는 버스비 지출은 3천 원

벚꽃은 진짜 예뻐

2학기 소풍은 인천 축제 ㅅ*ㅅ

야외 설정으로 해놔서 화질이 좀 ㅋ,

폰으로 찍은 건데 컴에 옮기고 나니 크당;ㅅ;

 

-아빠 또 졸아?

-응, 아니

 

 


 

 

류현승 시인 / 정 다방 커피는 짜다

 

 

십정 목욕탕 지하 찻집 이 마담은 엣세를 피우지

한낮 무료를 한 개비 씩 피우는데

연기는 벽에 걸린 바다에서 포말이 되어 아이처럼 운다

 

목木기린 등에 색 도화지를 놓고 돋보기로 환희의 초점을 모으던

1973년 봄 길에 놓여있던 좌판대의 오목조목한 것들

숨구멍으로 드는 볕이 간지러워 뒤틀고 묵은 이불 등에 솔솔 뿌려대던

가루비누 두께 만큼 봉천동 지붕에 널린 검은 일상도 소다 넣은 달고나 모양 부풀었다

바랜 사진, 차려 자세로 박힌 단발머리 아이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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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멍텅구리 넉 장 들고 바닥 패 들여다보는

그녀가 내놓은 커피, 향은 짜다

 

 


 

류현승 시인

1964년 서울 출생. 2006년 계간《시안》을 통해 등단. 시집 『토우와 낡은 시계』. 인천문화 재단(다년간 -지정) 문학창작기금 수혜, 도공, 현재 도예공방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