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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한문석 시인 / 이별을 노래하라 외 6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1. 22.
한문석 시인 / 이별을 노래하라

한문석 시인 / 이별을 노래하라

 

 

웃어라 그대 떠나면

그리움과 사랑

쓰라린 아픔이 더는 없나니

사정없이 쪼아대던 입술

속까지 풀어 놓으라

맑고 푸르른 숨결이며

초라하고 가난한 가슴살

옛 추억으로 기억하라

올곧고 바른 삶에 순응하고

마주 손뼉을 치던 기쁨

눈물인 듯 흘려보내라

가파르고 그 애틋한 마음

자진모리 부분을 노래하라

마주한 날개옷

벗어라 그대 떠나면

 

 


 

 

한문석 시인 / 구곡폭포

 

 

맨 처음 하늘이 열리고

맑고 깨끗한 햇살 퍼붓는다

봉화산 기슭

깊숙이 도는 구곡 혼을 달래어

가슴 고스란히 쏟아내라

선녀의 날개옷 휘날린 자리

물보라 숲 그늘이 참 시원하다

고통과 아픔을 다 쓸어내리고

착한 생각 하나로 모아

푸른 생명수임을 노래하라

홀로는 삭일 수 없는 생채기

짓눌러 울부짖는 감정 다스리고

오솔길 벗 삼아

마음의 창 밝게 닦아내라

얼굴 마주하고

향 넘치는 커피를 나누고 싶다

아홉 구비 돌아나는 물소리

 

 


 

 

한문석 시인 / 그임이 보고 싶어서

 

 

사랑하기도 전에

그리움을 배워 버렸고

그리움이 깊어 갈수록

기다림에 애가 탔습니다

 

행여 그임이 오실까 봐

행여 그임이 찾으실까 봐

숨이 막혀 오는 가슴을

눈물로써 삼켰습니다

 

빚바랜 창가엔

얼룩져 내리는 빗방울 들이

슬픈 소리를 내면서

외롭게 부서져 내리고

 

아직도

보내지 못한 아픔에

내 가슴은 이토록 아려 오나 봅니다

 

 


 

 

한문석 시인 / 들꽃ㆍ8

 

 

떠다니며 바람을 일깨운

맑은 숨결로 산다

 

숲을 지나 개울로

안개속에서

아름다운 지혜를 배운다

 

아아 눈부신 태양을 향해

가슴마다 웃음을 담는다

 

날아오르는 수천의 꽃가루

 

그리운 사람들

마음 키우는 빛과 소리다

 

 


 

 

한문석 시인 / 내 임이 그리운 날

 

 

가끔은 사무치도록

그리운 날이 있습니다.

 

안 보면 보고 싶고

사랑에 목이 말라 애가 타는

미치도록 그리운 날이 있습니다.

 

허물없이 이야기하고

언제나 마음을 같이하던

내 임이 죽을 만큼 그리운 날이 있습니다.

 

밤하늘에 떠 있는 저 별도

구름속에 말없이 흘러가는 저 달도

불면의 밤을 견디지 못하는

내 그리움 속에 고독한 밤은

그렇게 말없이 흘러만 갑니다.

 

사랑하는 임이시여

지울 수 없는 세월의 흔적 속에

당신을 그리워하는 마음

이리도 간절한데

내임은 어찌하여 소식 한번 없습니까.

 

저 별이 외로움 인줄

저 달이 서러움 인줄

스쳐지나가는 바람 편에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임이시여

행여 아직도 나를 사랑하고 있다면

그리움 가득 담긴 문자라도 한통

별빛에 고이 담아

바람 편에 살며시 보내주시옵소서

 

 


 

 

한문석 시인 / 성묘 길에

 

 

가난한 빈손이 좋아라

맑고 깨끗한 마음

뼛속 깊이 심기 위해

가슴 풀어 빛의 날개를 달다

잠시도 미워할 수 없는 사랑

빗돌 안에 새기고

산새들 푸른솔밭을 날아오르라

도포자락 날리며 소풍 가시는 길

함께 하신 어머니

자애로운 미소가 북산 꼭대기

꽃망울을 터트린다

아, 구름이었나 바람이었나

하늘 부어내린 그리움

햇살 박힌 몸에서 눈물이 난다

아버지가 부리던 두엄자리

억새 마른 꽃

한 번 더 피어있다

 

-시집 <가랑잎 하나가>

 

 


 

 

한문석 시인 / 세월은 가고 오는 것

 

 

가난한 삶의 시작도

가난한 삶의 마지막도

결코 불행이라고 말하기 싫다.

 

찬란한 태양이 희망을 노래하고

해질녘 노을이

힘없이 쓰러져 내릴 때도

새로운 아침은 또다시 우리에게 찾아온다.

 

허기진 삶의 뒤안길에서

때론 힘들고 버거운 삶일지라도

누군가의 가슴에 행복을 심어주고

누군가의 가슴에

아름답게 머무를 수 있다면

난 결코 불행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세월은 가고 오는 것

이제는 슬퍼할 이유도

더이상 슬퍼할 필요도 없다.

조금씩 잊혀져가는 인연 속에서도

우리는 그렇게

또 한생에 세월 따라 흘러가기 때문이다.

 

 


 

한문석 시인

1948년 충남 금남에서 출생.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국어교사로 36년간 재직. 1995년 시집 『사랑이란 이름으로』 상재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 『사랑이란 이름으로』 『눈 오는 날은 네게로』 『호수』  『꿈꾸기』 『들꽃』 『강은 누워 흐른다』 『바람개비』 『사랑을 나누는 순간은 누구나 행복하다』 『새벽 바닷가』 등. 시선집 『바람꽃』. 대전시인상, 시와상상작품상, 한성기문학상, 대전광역시문화상(문학부문), 청동빛문학상 등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