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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계정 시인 / 네게로 간다
너무 늦게 알아봐서 미안해 이제는 다가갈 수 없는 너 나 죽어 이세상에 다시오는 날은 한그루 나무로 네게로 갈께
한세월 삮힌 아픔 비음의 흐느낌으로 흔들리는 시냇가 수양버들 되었다가 도림사 숲 대나무 되어 네 이름도 불렀다가 일시에 불밝혔다 일시에 무너지는 벚꽃의 꿈도 되었다가 그대 열꽃 다스리는 산수유도 되었다가 푸조나무 높게 깎인 촛대로 하늘 한번 찔러도 봤다가 운문사 앞마당 법문 펼치는 처진 소나무도 되었다가 백두산 천황봉 낙락장송도 되었다가
되었다가 되었다가
종내는 네 가슴속에 푸른가지 드리우고 예쁜 꽃 피우는 꽃나무로 갈께 뽑혀지지 않은 한그루 당신의 나무로 갈께
손계정 시인 / 이별의 천문학 – 별은 헤어짐의 훈장이다
내 안엔 별들이 산다 이별은 사건이 아니라 구조다 무중력의 별자리가 내 세계를 지탱한다 우리는 떠나는 존재가 아니다 각자의 궤도에서 빛나는 존재다 만남은 중력, 이별은 해방 추억은 별로 솟는다 그래서 모든 이별은 가슴의 별이 된다 이별, 결별, 사별… 빛의 이름들이다 잠 못 드는 밤은 성좌가 솟구치는 시간 눈 감으면 더 밝아지는 빛 내 안에서 지고 피던 꽃잎들 화석이 되어 만든 나의 별들이다 그 별들의 경도와 위도를 기억한다. 사랑의 궤도는 계산할 수 없지만 기억의 천문은 정밀하다. 내가 헤아리는 건 상실이 아닌 남아 있는 빛 가슴 속 이 어지러운 별무리는 고통이 아닌 감사의 지도다 모든 만남은 소중했다 그 떨림, 그 눈빛… 그래서 이별은 사라짐이 아니라 한 생에 머무는 별이 된다 결별은 거리를, 사별은 시간을 만든다. 그리고 나는 안다. 그 모든 별들이 결국 나의 하늘이었다는 것을 -웹진 『시인광장』 2025년 6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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