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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시인 / 공중의 잠
공이 떠 있었다 한낮 놀이터에 아이들이 멈춰 있었다 베란다 끝, 여자의 발끝이 젖어 있었다
여자가 돌아서자 집안 가득 공중에 물들이 떠 있다 물의 요일, 여자의 눈은 물컹하다 물방울 하나가 여자의 머리 위에 내려앉는다 여자는 물방울을 머리에 눌러쓴다 향기로운 물모자 살짝 들어 올리자 머리 위에 사과가 나타난다 여자는 사과와 함께 움직인다 서랍을 열고 단어를 꺼내 화분으로 옮긴다 여자는 또 하나의 물방울을 잡아 쓴다 간지러운 물모자
살짝 들어 올리자 머리 위에 새장이 나타난다 새장과 함께 여자는 서랍에서 화분으로 단어를 옮긴다 또 하나의 물방울 여자는 빨간 물모자를 쓴다 아프게 고인 것도 살짝 들어 올리자 찻잔 유리 병 색종이 시 계 단화...... 머리 위에 물방울들이 둥둥 떠 있고 여자는 모자를 쓰고 벗고, 쓰고 벗고 서랍에서 화분으로, 서랍에서 화분으로 불안과 웃음으로 분주하게 불안과 울음으로 분주하게
폭죽처럼 화분 속에서 알 수 없는 꽃들이 피어오른다
수평하게
여자가 화분을 안고 공중에 떠 있다
신영배 시인 / 그녀는 가방을 안고 잠이 들었다
어두운 가방을 안고 있었다 그녀와 나는 좌석에 나란히 앉았다 버스가 달렸다 그녀는 가방을 안고 잠이 들었다 어디쯤에서 바람이 불었다 가방이 움직였다 나무가 달렸다 어디쯤에서 구름이 흘렀다 멀미가 가방 속에서 그것을 꺼냈다 모눈종이의 방 아이가 쓰러진 칸에 칼이 계속 꽂히는 방으로부터 나무가 달렸다 그녀는 가방을 안고 잠이 들었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었다 달리는 나무만 보았다 그녀와 나는 계속 물이 흘렀다 가방이 움직였다 나무가 달렸다 물송이 1이 달렸다 멀리 물송이 2가 달렸다 멀리 물송이 3이달렸다 멀리멀리 그녀는 가방을 안고 잠이 들었다
그녀 (B,32)는 남편이 술 취해서 오는 날이면 부엌을 치웠다 칼을 치웠다 부엌칼에서 멀리 아이를 떼어놓았다 멀리 아이를 감추었다 멀리 아이를 재웠다 깨어나면 죽을지 몰라 멀리멀리 잠이 들었다
물송이 4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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