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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운진 시인 / 아름다운 복수
신도 자신의 지옥을 가지고 있다는 말, 사람에 대한 사랑이 바로 그의 지옥이라는 말,
올해의 마지막 벚꽃이 지는 나무 아래서 문득 생각한다 이 봄과 이 나무 사이만큼의 밀어도 없이 꽃잎처럼 훨훨 날려본 가벼운 웃음도 없이 봄을 보내는 하루 뼈를 겉으로 입은 듯 부끄럽고 아픈 하루를 보내는 봄날 서럽고 사무쳐 꽃잎을 줍다가 생각한다 내년에도 신은 또 봄의 모래시계를 다시 거꾸로 세워줄 것이다. 새 벚꽃은 피고 지고 나는 똑같은 봄을 모래시계 속의 모래처럼 흘러가겠지만 그 다음해에도 신은 또,
이운진 시인 / 빈방 있나요
방 하나를 갖고 싶어요 주소도 없고 어떤 후일담도 도착하지 않는 곳 벽에는 못자국이 없고 구석에는 우는 아이가 없고 문 앞에는 딱 한 켤레의 신발만 있는 곳 잘 손질된 폐허 같은 빈 방이 있으면 좋겠어요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하루가 가고 젖은 성냥을 그어대는 밤 내 등뼈의 램프에 불을 붙이고 잠든 당신들의 꿈 보다 멀리 가고 싶어요 잠긴 집 안의 정원보다 열린 방 한 칸의 어둠이 따뜻해 보이는 곳 바위를 깎아 그 안에 만든 방이라면 더 좋아요 부서진 봄 여름 가을 겨울 나와 나 자신과 단 둘이 살 그런 빈방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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