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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목 시인 / 무서운 슬픔
뱀은 모르겠지, 앉아서 쉬는 기분 누워서 자는 기분
풀썩, 바닥에 주저앉는 때와 팔다리가 사라진 듯 쓰러져 바닥을 뒹구는 때
뱀은 모르겠지,
그러나 연잎 뜨고 밤별 숨은 연못에서 갑자기 개구리 울음이 멈추는 이유
뱀이 지나가듯,
순식간에 그 집 불이 꺼지는 이유
신용목 시인 / 겨울 부석사
이 산사 고요를 덖는* 풍경소리를 한 숟갈만 떠 당신의 마른 입술에 후후 불어주고 싶었습니다 별빛을 대신하여 서성이던 눈발들이 하늘 가득 사태로 져 어느 모퉁이 불 나간 외등처럼 떨고 있을 때 그을음 돌들이 하늘에 떠서는 마음을 잃고 그대로 먹장의 구름이 되었는데요 하느작하느작 검은 구들을 지고 오는 지게꾼의 걸음이 눈발처럼 조심스러이 어둠은 가만히 당신 시린 이마를 짚고 갑니다 모든 풍경이 한 장 그림자에 가려 캄캄해지는군요 고작에 가닥 없는 그리움이 우리를 예까지 이끈 것처럼 슬몃 갈아덮는 한 막의 공기가 우리를 깎은 난간에 외롭게 합니다 그리하여 벗은 나무마다 매달린 검은 먹의 마음은 어느 시절을 갈아 묽은 가지 끝 당신의 속눈썹 하나 그럴 수 있을지요 이도저도 아닌 먼 능선을 짊어지고 산은 산대로 추녀는 추녀대로 희미한 앞섶 강물로 지는 것을 풍경소리로만 노를 저어 당신에게 가는 물살은 또 물살대로 가장 먼 곳의 눈발처럼 한 숟갈씩 세월을 떠 넘깁니다
*덖다 : 물기가 조금 있는 고기나 약재, 곡식 따위를 물을 더하지 않고 타지 않을 정도로 볶아서 익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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