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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정원 시인(이천) / 낙과들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1. 27.
이정원 시인(이천) / 落?들

이정원 시인(이천) / 落黒들

 

 

연보(年譜)도 없이 한 생이 저문다

 

복사뼈가 아팠을까

마지막 하강의 춤사위, 직선인가 곡선인가

 

사소한 질문을 뭉개고

파지처럼 가지들은 제가 보듬던 것들을 단호하게 구겨

던진다

 

단단히 그러쥐었던 손목이 악력을 놓을 때

 

하필 지구 한 모퉁이에 와서

연소시킬 아무 것도 없다는 듯

차츰 쪼그라지는 백색 왜성들

 

낙법을 모르면서 뛰어내리는 몸뚱이들은

죽은 별의 언어로 제 무덤을 만든다

 

파행이 그리워지는 계절

으스러져라 땅을 껴안으려다 은결든,

그런 몸뚱이들의 뼈가 수북해서

 

나도 한 번 툭 떨어져

 

뒹굴어보는

쓸쓸한 낯빛에 엎드려 입 맞춰 보는

 

 


 

 

이정원 시인(이천) / 금니(金泥) 다라니경(經)

 

 

피어싱을 해야겠어요

곱씹을 것 많아 닳아빠진 그곳,

앙다물 것 많아 부스러진 그곳에요

내뱉지 못하고 우물거리던 말 웅크린 그 동굴에

피어싱을 해야겠어요

큐빅이 좋을까 루비가 좋을까

무지개를 심고 싶거든요

턱은 마비되고 동굴 속에 전조등이 켜졌지요

양쪽 어금니에 드릴을 꽂아 구멍을 냈어요

무지개를 말아 넣으려나

오, 이런!

무지개는 금세 떴다가 스러진다고

티벳의 황금사원 한 채 들인다는군요

찬란한 금니金泥 다라니 한 편 우물거리며 다니라는군요

동굴에 우굴거리던 어둠 단번에 물러갔어요

나를 좀 보세요 입속에 은밀한 장신구를 보세요

어금니에 꽂힌 14k의 웃음을 보라니까요

이렇게 금니를 빨다보면

금빛 명상들 도발적으로 튕겨 나오지 않을까요

더듬거리던 말들 튀어나와

반짝이는 金字塔이 되지 않을까요

 

金句를 내뱉고 있어요, 지금 나는

 

그런데 당신은 쇠귀를 열어놓았다구요?

 

 


 

이정원 시인(이천)

경기도 이천에서 출생. 인천교육대학 졸업. 2002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2005년 계간 《시작》으로 등단. 2009년 문예진흥기금과 경기도 창작지원금 수혜. 시집 『몽유의 북쪽』 『내 영혼 21그램』 『꽃의 복화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