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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정 시인 / 햇빛구경
올해 새로 돋은 저 눈부신 햇빛, 맨발로 뛰쳐나온 그 여자 울던 자리에 폴짝폴짝 깨금발로 뛰어온 아이 꼬옥 안고 한참을 그렇게 서있던 그 자리에 새로 돋은 연초록 나뭇잎 사이로 포롱 포르롱 내려와 연신 꽁지깃을 까딱거리네 아이 손잡고 들어간 저 맨발의 여자도 올해 새로 돋은 아픔을 걷는 것이리 우우우 그 여자 울부짖음처럼 수만 갈래 바람으로 날려 가는 꽃잎 햇빛의 발걸음으로 땅을 밟고 가는 저 몸짓들! 나에게도 올해 새로 돋은 아픔이 있어 이토록 뜨겁게 몸 앓고 있는가 파르르 잘게 떨고있는 연초록빛 눈부신 그림자로 내 얼굴 위를 걸어가는 햇빛, 그 여자의 맨발이 놓여졌던 환한 자리에서 아린다는 말, 알 것도 같네 너무 밝아 속살 아린다는 말 수만갈래로 갈라지며 부딪히며 내게로 왔던 올해 새로 돋은 저 눈부신 햇빛,
강미정 시인 / 침묵을 버리다
난 폭풍우 몰아치는 바다가 좋더라 욕설 같은 바람이 얇은 옷을 벗기려고 안간힘을 쓰는 그 앞쪽은 젖은 옷처럼 찰싹 붙고 그 뒤쪽은 불룩하게 헐렁한, 마음이 바람의 날을 벼리고 있잖아 절규하며 날뛰는 힘을 견디며 파랗고 날 샌 노래를 부르잖아 봐, 깊게 사랑했던 마음이 들끓을 때 당신은 울음소리에 몰두할 수 있지 당신이기에 어느 한 가슴이 가장 먼저 울 수도 있지 내가 알았던 세상의 모든 길을 지우고 다시 당신이라고 불렀던 사람이여, 저기 망망대해를 펼쳐두고 출렁임을 그치지 않는 당신의 침묵이 폭풍우가 되는 바다가 참 좋더라 폭풍우에 스민 울음소리가 들리잖아 나를 부르는 웃음소리가 들리잖아 마음이 바람의 날을 세워 밀며 밀리며 견디는 저 애증의 극단 중간에 침묵을 두고 세상이 되고 길이 되었던 당신이 가슴으로 와서 폭풍이 될 때 나는 휘몰아치는 바다가 좋더라
—《문학마당》 2009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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