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성금숙 시인 / 저녁의 산책로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1. 29.
성금숙 시인 / 저녁의 산책로

성금숙 시인 / 저녁의 산책로

 

오늘은 괜찮니,

문자가 왔다

답장을 보내고

천변 산책로에 간다

오리는 저녁에도

멈추지 않고

수면 아래 물살을 혜친다

산다는 것은 움직이는 것이구나

접시꽃이 꼬무작거리며

꽃문을 연다

 

 


 

 

성금숙 시인 / 꼬리가 말린 질문이 빼곡한 창

 

 

해결의 실마리는 강 건너에 있고

여름대파는 몹시 맵습니다

 

주머니에 들어간 의심은 털어도

도꼬마리처럼 달라붙고

 

뿌리와 척진 유럽제라늄은

폭죽 터지는 소리에도

뒤꿈치를 들지 않습니다

 

유리창에 부딪쳐

흘러내리는 빗방울들

 

빨강을 가능이라 하고 초록을 불가능이라 한다면

빨강을 당겨도 되겠습니까

 

어둠의 목젖을 건드리면

재를 뒤집어쓸지 모르지만

 

꼬리가 말린 질문을 펼쳐보는 일은

어긋난 입술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

 

초록의 후손이 번성하고

수국의 절정이 촘촘해지면

 

커다란 우산을 들고 긴긴

외출을 시도해도 되겠습니까

 

-시집 <하루는 몇 층입니까>에서

 

 


 

성금숙 시인

충남 부여 출생. 한남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2017년 계간 《시산맥》으로 등단. 2017년 제2회 정남진신인시문학상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