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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건청 시인 / 갈라파고스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1. 30.
이건청 시인 / 갈라파고스

이건청 시인 / 갈라파고스

 

 

남미 에콰도르에서

서쪽으로 1000km 쯤 가면

열아홉 개 섬들과 암초들로 이루어진

갈라파고스 제도가 있다고 한다.

500만 년 전 쯤 바다 속에서

용암으로 솟아올랐다 한다.

어쩌다 파도에 밀려 흘러 든 바다거북이나 이구아나

바람에 밀려 길 잃은 미조迷鳥들이

발붙이고 살 뿐,

사람들 드나들지 않고,

외래 식물도 오가지 않아

터 잡은 것들끼리만 오순도순 모여 살고 있다고 한다.

세상에는 없는 것이 된 이곳에서

육지이구아나와 바다이구아나,

육지거북과 바다큰코뿔새와

갈라파고스 펭귄같은

목숨들이 목숨들끼리만 살면서

긴 시간이 흘렀으리.

사람들아, 당신들은 세사에 매어 까마득 잊고 살지만

그대들 기억 속의 갈라파고스는 안녕하시다.

망망대해 파도에,

해무海霧에 씻기면서

1000km 쯤 떨어진 바다 한 가운데

당신들이 까아맣게 잊고 사는

갈라파고스,

그대들이 잃어버린 열아홉 개 섬과 암초들은 늘,

안녕, 안녕하시다.

 

*.갈라파고스: 에콰도르에서 바다로 1,000km 쯤 떨어져 있는 섬들과 암초지대. 인간을 포함한 외래종 동식물의 발길이 닿지 않아 희귀, 고유 동식물 등 잔존생물들이 남아 있음.

 

 


 

 

이건청 시인 /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아파란시스*

 

 

이제 나

돌아가고 싶네

300만년 쯤 저쪽

두 손 이마에 대고 올려다보면

이마와 주둥이가 튀어나온, 엉거주춤 두 발로 서기 시작한,

130cm쯤 키의 유인원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아파란시스

고인류학자들이

최초의 homo속屬*으로 분류한

그들 속에 돌아가 서고 싶네

학력, 경력 다 버리고

그들 따라 엉거주춤 서서

첫 세상, 산 너머를 다시 바라보고 싶네.

안 보이던 세상 산등성이로

새로 뜨는

첫 무지개를 보고 싶네

실라캔스* 몇 마리 데불고

까마득, 유인원 세상으로

나, 가고 싶네

그리운,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아파란시스

 

* 초기 영장류 중의 하나. 한 개체의 화석에서 골편 40% 정도가 수습되어 발굴 영장류의 대표성이 있음

* homo屬. 현생인류와 그 직계 조상을 포함하는 분류 속.

* 3억 6천만 년에서 6천 5백만 년의 지층에서 화석으로 발견되는 육지척추동물의 조상 물고기. 1938년 이후 살아 있는 실물이 발견되어 충격을 주고 있음

 

 


 

이건청 시인

1942년 경기 이천 출생. 한양대학교 국문학과를 거쳐 同 대학원에서 문학석사,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 196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가작 입선. 1970년 《현대문학》추천으로 등단. 시집 『목마른 자는 잠들고』 『망초꽃 하나』 『하이에나』 『코뿔소를 찾아서』 『푸른 말들에 관한 기억』 『움직이는 산』 『굴참나무 숲에서』 『실라캔스를 찾아서』 등. 시선집에 『해지는 날의 짐승에게』가 있음. 녹원문학상, 현대문학상, 한국시협상 등을 수상. 한양대학교 사범대학 교수, 한국시인협회 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