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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시인 / 다정에 바치네
당신이라는 수면 위 얇게 물수제비나 뜨는 지천의 돌조각이란 생각 성근 시침질에 실과 옷감이나 당겨 우는 치맛단이란 생각 물컵 속 반 넘게 무릎이나 꺾인 나무젓가락이란 생각 길게 미끄러져버린 검정 미역 줄기란 생각
그러다 봄 저녁에 듣는 간절한 한마디
저 연보랏빛 산벚꽃 산벚꽃 아래 언제고 언제고까지 또 만나자
온통 세상의 중심이게 하는
- 시집 <고통을 달래는 순서>(창비, 2008)
김경미 시인 / 연예인으로 살기
인터뷰하기로 한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누구나 자신을 연예인으로 생각하는 때가 있다 멋진 짜인 만들기 몸값 계산하기 단번에 튀어 오르기 뛰어오르기 말고 사고는 소속사에 맡기기 나타나지 않기 전화기도 꺼져 있다 전날 밤엔 가로등과 어딜 가든 사랑받자고 눈부신 존재도 연습했는데 뭐 괜찮다 연애 자리에 나오지 않은 것도 아니니 일이 꼬여서 리본이 되기도 하므로 리본이 나비가 되기도 하므로 배우도 아닌데 누구나 자신을 배우로 알고플 때가 있는 법 그렇다고 그 나이에 스물한 살 역할 고집하며 안 나타나다가는, 아니 아니 싸우자는 게 아닙니다 당신이 취급 안 하니 덕분에 저도 좀 더 큰 배우가 되는 걸요 순한 역할에 목숨 걸었다면서 표정 관리 안 되는 내 허물 재빨리 실감하는 걸요 덕분에 오늘 나의 귀갓길 드레스 코드는 나비 약하고 여린 의상을 연기하며 저녁 노을 속, 온 몸 얇아져 걸어 못 가므로 오히려 날아가야지 불굴 연기가 크게 늘어나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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