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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우담 시인 / 별사탕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1. 31.
박우담 시인 / 별사탕

박우담 시인 / 별사탕

 

 

솜사탕 장수의 모자에는 은하수가 박혀 있지.

 

설탕 막대기로 휘저어

 

시간의 구름을 만들 수 있지.

 

우리는 구름 먹는 아이들.

 

오른손에 창을 쥔 반인반마의 괴물들이지.

 

끝없이 활활 타오르는 불 속에서

 

말의 귀와 발굽을 가진 시간의 자식들을

 

얼마든지 낳을 수 있지, 설탕만 있다면.

 

용서해줘, 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 난폭함. 우리는 그저

 

별사탕이 가득한 은하수 모자를 쓴

 

설탕의 아이들이지, 뒷발을 약간 든.

 

 


 

 

박우담 시인 / 시간의 어릿광대

 

 

꽁지머리 아이들이 줄넘기를 하고 있다

 

충혈된 햇살을 감으면서 줄 속에 몸을 구겨넣고 있다

상표 다른 신발 소리에 끊임없이 봄은 끙끙거린다

한 아이가 들어가고 또 한 아이가 들어가고

한 아이가 나오고 또 한 아이가 나오고

일기예보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꽁지머리는 줄 속으로 들어간다

실뿌리처럼 엮은 줄 속으로 계속 빠져 들어가고 있다

다섯번재 이이는 줄 속으로 들어가 아예 나오지 않는다

줄은 계속 돌아가고 있고

개울 소리에 선잠을 깬 꽃잎들

줄이 삼킨 다섯번째 아이의 머리칼이 줄 밖으로 비쭉거릴 뿐

봄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하고

머리에 노랑꽃을 피우고 있다

아이들은 꽁지머리에 꽃눈이 피는 줄 모른다

 

 


 

박우담 시인

1957년 경남 진주 출생. 2004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 계간 『시와 환상』 主幹 역임. 시집 『구름트렁크』 『계절의 문양』 『시간의 노숙자』 『설탕의 아이들』 『계절의 문양』. 《경남현대불교문인협회》 회원. 《경남시인협회》 회원. 2015. 제2회 형평문학상 지역문학상 수상. 계간 『시와 환상』 主幹 역임. 현재 성균관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