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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랑 시인 / 시소의 감정 너는 풍선을 불고 나는 풍선을 터트리고 너는 하늘공원으로 날아오르고 나는 풀밭으로 내려오고 의자에 힘점이 생긴다 힘점의 지지력에 손사래 치는 나뭇잎들 잘근잘근 씹히는 오징어 다리 조금씩 쌓여가는 어지러움, 오백 시시의 눈금과 삼백 시시의 눈금에 우리는 눈금을 걸어 놓는다 우리는 교대로 올라가는 추락 내려오는 상승 하늘로 솟는 풀밭 풀밭으로 착지하는 하늘 순간, 호흡을 가다듬고 서로의 등을 가만히 쓸어주고 우리는 다시 거품을 만들고 거품을 빼고 너는 이륙하는 말들을 허공에 띄우고 -시집 『발코니 유령』 (실천문학사, 2020)
최영랑 시인 / 큐브의 목적
면들이 회전 한다
한 덩어리인 감정을 쭉쭉 펴서 분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래서 슬픔이 어느 한 조각만으로 존재한다면
보이지 않는 면, 안쪽에 새겨져 있는 것은 나의 무한한 결핍일까
습관처럼 모래시계를 뒤집고 열 손가락의 힘을 한끝에 누적시켜 큐브를 돌린다
슬픔의 전부를 한 면 안에 모을 수 있다면 밀실은 완벽해질 수 있을 텐데
나는 온전하게 큐브를 배반한 적이 없다
치명은 작은 조각 같은 것이 아니라서 큐브 속 슬픔은 슬픔 속 큐브
큐브만 남겨놓고 떠난 너의 얼굴에 또 갇히고 만다
나는 너에 대한 방향을 멈추지 않고 한 번 더 모래시계를 뒤집는다
모래알은 전부 떨어지고 착각이 더 많이 뒤섞인다
─시집 『49가지 시 쓰기 상상 테마』, 더푸른 출판사,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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