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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강윤미 시인 / 두더지 게임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1. 30.
강윤미 시인 / 두더지 게임

강윤미 시인 / 두더지 게임

 

 

몽골 초원에서 성난 말보다 조심해야 할 것은 곳곳마다 뚫려 있는 구멍이란다 그곳에서 타르박*이 튀어나오기라도 하면 뛰어난 기수도 길들여진 말도 소용없단다

 

12층 난간에서 뛰어내린 남자는 유서 한 장 남기지 않았다 화단에는 습관적으로 자라난 호기심에 뭉개진 채송화, 피었던 자리만 있다 마침내 소문의 매듭을 TV가 풀어주는가 성미 급한 누군가 재빨리 누른 버튼, 누가 먼저 고통 가까이 갔다가 돌아오는가를 겨루는 사각형 위의 게임이 한창이다 반 박자 늦게 버튼을 누르면 방금 태어 난 아이를 안고 있는 노인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혹은 점점 아이가 되어가는 노인이거나

 

굴 안에 있던 타르박은 발자국이 다가오면 밖으로 얼굴을 내민다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죽음을 맞는다 녀석에게는 죽음조차 호기심 일 뿐 남자는 장례식에 누가 올지 궁금하다 영정 속에서 어리둥절해 하는 사내

 

이제 누가 고개를 내밀 것인가

 

*타르박: 몽골 초원에 사는 설치류의 일종.

 

 


 

 

강윤미 시인 / 아내가 잠시 떨어져 있을 때

- 서서

 

잠시간 떨어져 있던 시간이

서로의 그리움을 키웠다

너에게 따스한 온기를 담아

손을 붙잡을 때 발그레지던 너의 볼

어디로 떨어져 있어도

너를 향한 그리움의 향기가

자욱한 홀로 남은 곳에서

온기 가득한 너의 손길은

다소곳이 개어진 옷들로

집안에 있구나

함께해서 고마운

곁에 있어 고마운

너에게 나는

따뜻한 사람이고 싶다

 

 


 

강윤미 시인

1980년 제주 출생. 원광대 문예창작학과 및 同 대학원 졸업. 2005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되어 작품활동 시작. 2007년 광주일보 문학상 수상. 2010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