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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이 시인 / 내출혈
어려운 말 나는 몰라요 여름 한낮 후두둑 듣는 소나기처럼 잠깐의 외출처럼 살고 싶죠
펄럭이는 바람 한 폭 잘라 붉은 치마 지어 입고 한철만 피는 해당화 붉은 꽃 속을 건너가겠어요 만발한 치정을 큼큼거리며
해가 지는 강변을 느릿느릿 건너 늦게 당도한 회환과 놀아야지요 나무 그림자 길게 자리를 펴는 거기 우거진 슬픔의 끝자리에 서겠어요 딱히 누구의 노래도 아닌 것들 입 안 가득 궁굴리면서 얼굴을 더듬고 가는 미풍에 눈을 감고 뜨면서
어려운 말 나는 몰라요 여름 한 낮 후드득 듣는 소나기처럼 그대 내게 잠깐 들렀다 가는 가벼운 발자국처럼 그렇게 지워지고 싶죠
-시집 『선인장 꽃기린』 (황금알, 2010) 중에서
유정이 시인 / 카프치노, 카프치노
당신은 처음부터 거품처럼 왔다 편향된 걸음으로 느리게 거품이 전부인 것처럼 왔다 삼십 ㅔㄷ시벨을 넘기지 않은 실내악은 무조건적이다 그렇게 무조건으로 왔다
당신은 왼손으로 찻잔을 받치고 조용히 입술을 대는 취향을 가졌다 나는 당신의 취향을 따르기로 한다 주로 창 쪽에 앉으며 먼 곳을 응시하는 취향 오른 다리를 꼬는 취향과 오른손으로 머리를 쓸어 올리는 취향 주로 오른쪽의 취향을 가진 당신은 몇 개의 취향으로 살아가는 걸까 나는 당신의 모든 취향을 수합하기로 한다
서창으로 느리게 해가 지고 아래로 목을 감으며 떨어지는 실루엣은 당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당신의 취향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보여준다
좀처럼 바닥을 드러내지 않는 것도 당신의 취향 우리는 오늘 취향의 나라에 왔다 당신이 키우는 취향의 전모 더는 부드러울 수 없는 취향 눈을 뜨고는 가질 수 없는 취향
그것은 사라지는 모든 속성을 가진 것이어서 만질 수 없는 것이어서 처음부터 없는 것이어서 나는 당신의 모든 취향을 추종하기로 한다 취향을 따르는 취향 이것이 내가 가진 모든 취향의 당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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