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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대 시인 / 물리학
울음은 빛이 가지 못하는 길을 가서 떨며
벽을 통과하는 진동이다
깜깜한 벽 안에 얇은 고막 같은 목숨 걸어놓고
외로운 영혼이 북처럼 울 때
울음은 어둠을 뚫고 가서 어둠 너머로
공명한다 흐느끼는 소리의 좁은 어깨가
벽을 넘어 사무친다
김주대 시인 / 드라이브 풍장(風葬)
조금씩 삶을 내려놓고 서서히 말라 비듬처럼 살점들 떨어져 뼈도 흩어지는 풍장은 휴대폰을 끄고 홀로 천천히 바람의 속도로 달리는 것이다 차창을 내려 욕망으로 인한 고독도 털고 시간의 상대속도에 올라앉아 핸들을 잡는 일이다 몸 깊은 기억을 지우며 조금씩 바람 불어 가벼워지는 몸 머리에서 발끝까지 바람이 첫발을 옮겨 디디면서 나를 떠나는 길이다 다달이 들어가는 대출이자도 부금도 떠나 돈 되는 대로 주유하고 식은땀의 새벽도 떠나 사랑했던 사람들 옷깃을 잠시 매만지다가 사랑의 고단함마저 떠날 때 몸 어디서 앓는 소리가 나기도 하겠지 다 버리고 가볍게만 달려도 생의 주유등이 깜박거릴 때가 있다 그러면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나 한둘 걷는 그런 길옆에 미련없이 차를 버리고 바람을 품은 까만 비닐봉지 속에 들어가 누우면 된다 시간이 되면 둥글둥글 굴러서 세상을 주유(周遊)하다가 한적한 읍의 먼지 앉은 슈퍼 앞이나 골목 어귀 쪼그려 앉아 너를 닮은 사람을 물끄러미 보낼 수도 있겠지 뜨거운 눈물을 흘려도 먼지가 폭삭 일어나 얼굴을 지울 것이고 얼마나 두렵고 얼마나 행복한지 아픔의 자리에 마른 바람 불어 그때 몸 깊은 데 남은 바람이 또 나를 데리고 갈 것이다 불안의 꿈도 가루가루 날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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