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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옥관 시인 / 추상화 보는 법
한사코 보는 것만 보려 한다 수석 취미 가진 사람은 알리라 강바닥에서 주워온 돌에 박혀 있는 온갖 무늬 우리는 한사코 무언가를 떠올리려 한다 누가 말릴 것인가 국화빵에서 국화를 피우려는 그 집요함을, 신기한 것은 제목 붙이고 설명 곁들이고 난 뒤에는 누구든 이의를 달지 않는다는 사실 아무리 어르고 쥐어박아도 다르게 볼 수 없다는 사실 뭐든 보려면 제대로 보아야 한다는데 디자인이 좋아 사온 로가디스 기성 양복에 굵은 몸통 기어코 끼워 넣으려는 나의 정신은 실리콘 살색 의수에 끼워놓는 꽃반지 같다
장옥관 시인 / 바닥을 치고 솟아오르다
경주 남산에 자주 올라본 사람은 안다. 남산에 밤이 오면, 낮 동안 숨죽였던 돌들이 슬슬 숨을 고르며 어깨를 들썩인다. 상륜부 잃고 옥개석 모서리 깨진 삼층석탑, 목 떨어지고 팔 부러진 부처님들, 제 몸을 파서 여래입상 새긴 바위들이 몸을 뒤튼다. “고요히 자신의 바닥으로 가라앉”(「가오리 날아오르다」)아 키 낮추고 귀 기울이면, 들끓는 생명의 소리 다 들리고 온갖 신생의 냄새 풍겨온다.
돌은 세상의 바닥. 바닥을 일으켜 천년 염원을 담았으니, 눈 맑고 몸 밝은 사람은 그 숨결 들을 수 있다. 더 이상 내려갈 곳 없는 이들의 고통 돌에다 모두 담아 바닥을 치고 나면, 그때부터 삶은 치솟을 수밖에 없을 터. 돌은 제일 밑바닥이니, 세상 모든 설움 한꺼번에 껴안고 날아오를 수 있다. 천만년 식혀온 용암의 붉은 마음 되살려, “중천에 둥싯 떠”오른다. 화염보주(火焰寶珠)처럼 둥글게 떠올라 이 세상 어둠 모두 벗겨낸다. 돌이 달을 낳아 승천하는 장엄한 신비, 경주 남산 어둠에 몸 눕혀본 사람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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