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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장옥관 시인 / 추상화 보는 법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1. 31.
장옥관 시인 / 추상화 보는 법

장옥관 시인 / 추상화 보는 법

 

 

 한사코 보는 것만 보려 한다

 수석 취미 가진 사람은 알리라 강바닥에서 주워온 돌에 박혀 있는 온갖 무늬

 우리는

 한사코 무언가를 떠올리려 한다

 누가 말릴 것인가 국화빵에서 국화를 피우려는 그 집요함을,

 신기한 것은

 제목 붙이고 설명 곁들이고 난 뒤에는

 누구든 이의를 달지 않는다는 사실

 아무리 어르고 쥐어박아도 다르게 볼 수 없다는 사실

 뭐든 보려면 제대로 보아야 한다는데

 디자인이 좋아 사온 로가디스 기성 양복에

 굵은 몸통 기어코 끼워 넣으려는 나의 정신은

 실리콘 살색 의수에 끼워놓는

 꽃반지 같다

 

 


 

 

장옥관 시인 / 바닥을 치고 솟아오르다

 

 

 경주 남산에 자주 올라본 사람은 안다. 남산에 밤이 오면, 낮 동안 숨죽였던 돌들이 슬슬 숨을 고르며 어깨를 들썩인다. 상륜부 잃고 옥개석 모서리 깨진 삼층석탑, 목 떨어지고 팔 부러진 부처님들, 제 몸을 파서 여래입상 새긴 바위들이 몸을 뒤튼다. “고요히 자신의 바닥으로 가라앉”(「가오리 날아오르다」)아 키 낮추고 귀 기울이면, 들끓는 생명의 소리 다 들리고 온갖 신생의 냄새 풍겨온다.

 

 돌은 세상의 바닥. 바닥을 일으켜 천년 염원을 담았으니, 눈 맑고 몸 밝은 사람은 그 숨결 들을 수 있다. 더 이상 내려갈 곳 없는 이들의 고통 돌에다 모두 담아 바닥을 치고 나면, 그때부터 삶은 치솟을 수밖에 없을 터. 돌은 제일 밑바닥이니, 세상 모든 설움 한꺼번에 껴안고 날아오를 수 있다. 천만년 식혀온 용암의 붉은 마음 되살려, “중천에 둥싯 떠”오른다. 화염보주(火焰寶珠)처럼 둥글게 떠올라 이 세상 어둠 모두 벗겨낸다. 돌이 달을 낳아 승천하는 장엄한 신비, 경주 남산 어둠에 몸 눕혀본 사람은 안다.

 

 


 

장옥관 시인

1955년 경북 선산에서 출생. 계명대학교 국문학과와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졸업. 1987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황금 연못』 『바퀴소리를 듣는다』 『하늘 우물』 『달과 뱀과 짧은 이야기』 『그 겨울 나는 북벽에서 살았다』 등. 2004년 제15회 김달진문학상과 2007 제3회 일연문학상,  노작문학상, 김종삼시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계명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정년 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