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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휼 시인 / 돌의 기분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2. 1.
김휼 시인 / 돌의 기분

김휼 시인 / 돌의 기분

 

 

울음을 재운 돌 속에선 종종 주먹이 나옵니다

 

구르다 닳아진 돌이 숨겨 놓은 모서리를 알고 있나요

 

나는 모서리를 숨기고 구르는 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곳에서 구르다 차이기 일쑤입니다

 

그것은 돌이 새가 되는 기찬 방식

더러운 기분이 표출되는 허공엔 멍투성이입니다

 

때론 부적절한 사랑에 나를 던지기도 합니다

기운 사랑의 종말 앞으로 끌려온

울고 있는 여인이여, 치욕을 줬다면 미안해요

 

아무 데나 굴러다닌다고 중정中正이 없는 건 아닙니다

 

공개할 수 없는 기분을 안고 바닥을 굴러도

구르다 차이고 다시 굴러도

 

골리앗의 이마를 명중시킬 단단하고 야무진 꿈은 쥐고 있어요

 

가끔 부싯돌이 되어 당신 심장에 불을 켜고 싶은 나는

모서리를 숨기고 구르는 돌

 

종주먹으로 종종 오늘의 기분을 대신합니다

 

 


 

 

김휼 시인 / 너의 밤으로 갈까

 

 

 이 골목의 밤은 미완의 사랑 같다

 

 어슬렁거리는 그리움과 내일을 맞대 보는 청춘들의 객기, 접시만 한 꽃을 피워 들고 저녁을 달래는 담장, 그 아래 코를 박은 강아지의 지린내까지

 

 어둠에 물드는 것들을 간섭하느라

 거북목이 되는 중이지만 난 괜찮다

 

 홀로 선 사람은 다정을 기둥으로 대신하는 법이라서

 담보 없는 빈 방과 함석집 고양이의 울음까지 시시콜콜 알려 주는 이 골목의 살가움이 좋다

 

 붙박이로 있다 보니 사고가 경직될까 봐

 나도 가끔 어둠에 잠겨 사유에 들곤 한다

 

 진리는 항상 굽은 곳에 있다

 

 비탈을 살아 내는 이 기울기는 너의 밤으로 가기 좋은 각도

 

 퇘행을 앓는 발목에 녹물이 들겠지만

 굽어살피는 신의 자세를 유지한다

 

 깊숙이 떠나간 너를 찾을 때까지

 

ㅡ시집 『너의 밤으로 갈까』 (시인의일요일, 2024)

 

 


 

김휼 시인

전남 장성 출생. 본명(김형미). 목사. 2007년 《기독공보》신춘문예 당선.  2017년 《열린시학》으로 등단.  시집 『그곳엔 두 개의 달이 있었다』 『말에서 멀어지는 순간』 『너의 밤으로 갈까』. 백교문학상, 여수해양문학상, 등대문학상, 윤동주 문학상(문학시선), 2018년 목포문학상 본상 수상.  2021 광주문예재단 창작지원금 수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