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외자 시인 / 나비야,
속초 주유소를 지나 교동사거리 낙산사 앞바다로 들어가는 길목에 나비전시관이 있다 아무리 많은 바람이 불어도 나비전시관에는 후박나무 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쥐방울 넝쿨이 담장을 기어오르는 소리가 없다 죽은 꽃, 죽은 바람, 적막한 시간들이 안으로 안으로만 가라앉아서 바람도 꽃도 단단한 돌이 된다 전시관의 유리문 너머 파랗게 얼어붙은 겨울 바다가 길게 누웠있다 바싹 마른 사향나비의 날개와 더듬이 손가락으로 건드려본다 죽음도 깊어지면 외로운가 지문 가득히 은빛가루를 반짝거리며 말을 건넨다 등에 꽂힌 녹슨 핀을 뽑아준다 외로워하지 마라, 오랜 미래의 봄에 날아라, 나비야 후박나무 잎 깨우며, 쥐방울 넝쿨 줄기 흔들며 문득, 난무하는 사향나비 떼 속초 시외버스 정류장으로
- <시와 세계> 2008년 겨울호
천외자 시인 / 트윙클 스타
내 살과 뼈 속까지 기어 들어온 나는 내 살과 뼈를 날마다 둘러보아야 하는 나는 나를 썩을 년이라 부른다 늘 문지방 앞에서 돌아가는 자장면 배달 총각은 아주머니 스포메디 관장은 싸모님 멀찍이 나를 본 어떤 이들은 선생님 이라고도 부른다 멀리서 바라보면 눈부신 장미 조금 더 멀리서 바라보면 반짝이는 별처럼 보이는 나 내 심장이 내 손끝에 만져진다 아프다 씨발 부패와 욕 속으로 너무 깊숙이 들어왔나 보다 장미화원이나 검은 밤하늘에는 수도 없이 반짝이는 별 나도 그만 나를 떠날 때가 되었다 트윙클 틔윙클 갈 길이 환하다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김대호 시인 / 구석에게 외 1편 (0) | 2026.02.02 |
|---|---|
| 강희안 시인 / 막장 드라마 외 1편 (0) | 2026.02.01 |
| 김효은 시인 / 이름의 형식 외 1편 (0) | 2026.02.01 |
| 최승철 시인 / 부신(符信) 외 1편 (0) | 2026.02.01 |
| 임희선 시인 / 바람 외 2편 (0) | 2026.0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