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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대호 시인 / 구석에게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2. 2.
김대호 시인 / 구석에게

김대호 시인 / 구석에게

 

 

구석을 혈육 보듯이 본다

구석을 보면

너 밥은 먹었니? 하고 묻고 싶어진다

구석에는 아무것도 없다

자신의 빛나는 것을

구석에 배치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찬밥 한 덩이로 웅크린 구석들

눈물을 닦고 코를 푼 휴지를 너에게 주마

씩씩하게 밖을 향해 나가는 내 발걸음 소리를

또한 너에게 남기마

내가 구석이 되어 다시 돌아왔을 때

그 발걸음과 쓸쓸을 내가 기억하게 해다오

 

 


 

 

김대호 시인 / 개를 몰고 산책하다

 

 

개를 데리고 산책 나간다

어제도 개를 몰고 산책했다

나는 누굴 닮았고

날 닮은 누군가는 지금 어디 살고 있을까

그는 왜 날 닮았을까

산책은 길어지고

난 집으로 가는 지점을 돌았다

내가 책으로 읽었던 문장들은 판타지가 되었다

난 이제 무엇을 읽으며 살아야 하나

사소한 불편을 참지 못해

이 시대는 황홀한 소멸의 길을 걷는다

나는 걷는다

수술 후 증세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매일 산책하는 나는

우익과 좌익을

우회전 좌회전하면서

걷는다 개를 몰고 걷는다

 

 


 

김대호 시인

1967년 경북 김천 출생. 2012년 상반기 《시산맥》 신인상 당선. 시집 『우리에겐 아직 설명이 필요하지』. 2019년 천강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