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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식 시인 / 자정(子正) 근처
누군가 내 자정 근처 사거리께를 서성거리는 이 있다 제 그림자 무동을 태우고 내 자정의 창문을 기웃거리는 이 있다
모른체하자 눈길도 주지말자 들썩이는 마음을 쥐어박다가
딱 한번만 딱, 한번만 내어다보면
홀로 제 발등을 비추고 있는 가로등뿐 서성거릴 누군가를 기다리는 내 마음발자국뿐
-시집 『시간의 목축』 천년의시작, 2011년
이선식 시인 / 자기 앞의 생*
옥수수 잎이 까딱까딱 바람의 혀를 자르고 있다
적막이 멍석을 펴고 오수(午睡)를 즐기는 그늘 평상에 나타난 그림자 하나 졸다 깨다
호랑 무늬 고양이가 집중하고 있다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미동도 없이 도사린 채 틈바구니 어두운 그늘 속에는 겁먹은 깨알만한 작은 눈동자가 생의 벼랑에 서서 공포에 질려 있을 게다 피차 생존이 걸린 숨 막히는 순간 수탉이 있는 대로 목청을 뽑자 팽팽했던 긴장이 와르르 해제됐다
어디서 탁주 한 사발 하자는 기별도 없이 날이 저문다
*로맹가리의 소설 제목에서 빌려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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