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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산 시인 / 동물성 바다
창 열고 바라보는 봄 바다는 고양이, 저 혼자 부딪치며 살아온 목숨여서 오늘도 조선 매화를 파도 위에 그린다
활짝 핀 공작 날개 흉내 낸 여름 바다, 어느 문중 휘감은 대나무 뿌리처럼 푸르고 깊은 가문을 댓잎으로 상감한다
발굽도 닳아버려 혼자 우는 가을 바다, 멀리멀리 떠나가는 비단 같은 노을길을 갈매기 수평선 멀리 지평선을 물고 간다
폭설을 삼켜버린 캄캄한 겨울 바다, 천길 어둠 밀어내고 동살로 여는 아침 부스스 잠깬 고라니 동백숲에 숨어든다
고은산 시인 / 맑은 고막의 흔들림
방 안으로 스며드는 녹차향 햇살을 토닥이는 강아지 걸음 분주하다 걸음들에 밟히는 네 촉수의 양탄자를 사뿐사뿐 펼치는 감정 따라 흐르는 사유의 퇴적층 속 화석 하나,
말하건대, 퇴적의 힘은 견고한 역사의 흐름으로 누적된 결론이다
견고한 역사 하나 정수리에 결정적 침 하나 꽂는다
침 꽂는 소리가 역사를 기억한다
그 역사는 수백만 년 전 지상을 흔들었던 공룡 하나,
공룡의 발바닥은 넓고 단단해서 역사를 지금까지 밟게 했을까
무엇이든 먹어치웠던 혓바닥의 녹는 힘으로 뼈마디의 흔적이 강건히 지금까지 남은 것은 아닌지
머나 먼 옛 공룡의 시대, 그 정수리에서 조심스레 침을 뺀다
지금, 감정의 흐름 속 퇴적층에서 발견된 이 화석은 뼈마디만 남아있는 네 머릿속 대뇌의, 배움의, 기억 주름살이다
기억의 주름살을 비단결로 쭉, 쭉 펼치자 소곤소곤 펼쳐지는 화석의 소리가 뼈마디마다 푸르게 잉태되어 네 고막의 흔들림을 맑게한다
네 감정의 소자들 속, 사라지는 퇴적층 사이로 화석 소리들, 금난초 음표를 방안,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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