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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화 시인 / 등을 품다 들키고 싶지 않던 내 안의 적막 누군가 뒤를 응시할 때 속수무책 들켜버린다 등을 보이는 게 부득이할 때 탐욕의 불룩한 포댓자루 뒤편 내 등은 어떤 웅크림일까 가슴으로 품은 당신 등에서 비운의 모래바람 소리가 들린다 사막을 헤매다 온 슬픔 응어리 낙타의 혹이 만져졌다 근심의 입자들이 켜켜이 쌓여 커다란 티눈처럼 박힌 옹이여서 바로 눕지 못하는 시린 가슴 누군가에게 등을 내어 준다는 것은 그의 슬픔까지도 지고 갈 등짐의 자세가 아니던가 내 짐까지 지고 온 당신이기에 가장 넓은 모래의 품인 내 등을 낙타인 그대에게 내어준다
-시집 『손톱의 진화』에서
김건화 시인 / 오늘이라는 당신 구불구불 돌아다닌 에움길이 주렴 속으로 걸어 들어와 야금야금 발끝이 갉아 먹은 자리에 통증의 꽃 구절초가 피었어요 앞만 보고 내달리던 스프링복의 질주본능이 낭떠러지를 만났어요 곡선이 아치로 내려앉은 언덕 당신 납작한 신발 뒷굽에 구름스프링을 달아야겠어요 아무도 대신할 수 없던 직립의 무게에 눌리고 눌린 탓에 주춧돌처럼 아픈 발의 비망록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한 번도 씻겨 주지 못한 당신 발에 슬며시 내 발을 포개보아요
-시집 『손톱의 진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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