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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난희 시인 / 숨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2. 3.
이난희 시인 / 숨

이난희 시인 / 숨

 

 

유령처럼 새벽은 열린 창문에 기대어 있고

포스트잇이 흔들렸다

불안의 글자들이 창문 아래로 떨어졌다

 

오랜 어둠이 따뜻한 결을 이루는 것을 보았다

죽은 기억을 들고사라져 줄 수 있을 것 같다

글자를 잃은 포스트잇의 얼굴이 차갑다

 

아까워서 오래 쥐고 있었던 건 아닌데

식어 가는 까마귀 울음

다음엔 기척이 없다

 

찢긴 이파리가 제 심장을 마저 떼어 주는 그 순간이

평화라면

신의 세계에 도착할 수 있겠다

 

유채색 꽃잎은 환하다

환해서 홀로 천국이다

 

-시집 <얘얘라는 인형> 파란

 

 


 

 

이난희 시인 / NO. 07635915

 

 

새벽안개는 흰 도화지를 닮았다

 

포클레인 한 대가 지붕을 덮친다

벽돌 공장이 무너진다

오줌을 누던 인부가 쌍욕을 하며 뛰쳐나온다

 

봤지

붓질은 이렇게 하는 거야

속도감 있게

강렬하게

 

움푹 파인 공장 웅덩이에

순식간에 완성된 그림 한 점이 새로 걸린다

 

아무도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이난희 시인

1961년 충북 충주 출생. 인천 거주. 2010년 9-10월호《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 현재 『학산문학』편집위원. 시집 <얘얘라는 인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