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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선안영 시인 / 벌교 참꼬막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2. 3.
선안영 시인 / 벌교 참꼬막

선안영 시인 / 벌교 참꼬막

 

 

땅과 바다 그 중심 밖 끝자락을 구르며

짠 뻘만 뒤집어 쓴 골이 깊은 얼굴들

시커먼 생욕을 씻어내며 이승을 씻어내며

 

저녁이 달을 굴려 아침에 당도하듯

서로 엉켜 구르면서 바닥에서 씻길수록

흰 이를 환히 드러내며 고향바다가 보인다

 

가장 높은 등고선 혹한을 넘어서야

뻘의 설움, 뻘의 오기, 그 오달진 맛이 난다

사람의 애간장이 녹아 잘 달여진 피 맛 같은

 

 


 

 

선안영 시인 / 며칠만 말미를 주세요

 

 

뿌리부터 우듬지까지

완행분인 정거장

 

초록빛 버스에서

물엿 녹듯 하차하는

 

노인의 시골 초침에는

고요에도 싹이 나죠

 

묻어놓은 도토리를

찾고 있는 다람쥐

 

기억을 못하는 건

쉬 시들은 꽃들 때문

 

그날의 흰 구름 아래에

묻어놓았기 때문이죠

 

새집 짓던 거미는

거문고 줄만 매달고

 

퇴고를 거듭할수록

허물 벗는 내 문장들

 

한 잎씩 연두를 물어와

적벽을 가리는 중

 

-《율격》 2021. 제 5호

 

 


 

선안영 시인

1966년 전남 보성에서 출생.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 200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등단. 시집 『초록몽유』 『목이 긴 꽃병』. 시조집 『말랑말랑한 방』 『저리 어여쁜 아홉 꼬리나 주시지』 등. 제7회 전국 금호시조 대상을 수상. 2008년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수상. 2009년 무등시조문학상 수상. 2011년 서울문화재단 문학 창작기금 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