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향란 시인 / 첫눈처럼
네거리였는데 허공에서 하얗게 내리는 첫눈과 딱 마주쳤어. 떠나야 한다며 가을이 미적거리고 있었는데 노란 은행잎 손에 쥐고 어서 가라고 인사 하다 들킨 우리는 한 번쯤 계절의 숙명을 부인하고 싶었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갈팡질팡했어. 오던 길 하얗게 덮고 가야할 길도 하얗게 덮고 첫눈은 머뭇거리는 운명울 하얗게 덮었어. 가지 말아야 할 길 따위가 없는 막 태어난 네거리, 첫길, 첫눈.
최향란 시인 / 눈 덮힌 겨울산에 합장
마이산 숨이 헉, 황홀하다 내가 서둘러 달려온 이유가 망각의 흰 눈에 빠졌다
수직이 아니어도 기어서 당당한 줄사철나무를 만나 나의 차가운 수직의 본능과 신열에 부어올라 들리지 않았던 시간은 헛된 모래시계냐 아직 물음 던지지 못한 아침인데,
온 세상에 눈이 내리고 또 내리는데(1)의사지만 시인이고 싶은 지바고 용납 못할 개인의 자유와 얻을 수 없는 그녀를 껴안았던 시인의 얼음 별장 하얀 눈은 세상의 끝에서 끝까지 휩쓰나니(2) 우리는 다시 흰 빛으로 태어날 수 있을까
은수사 마당에서 깊게 홀린 겨울꿈 헤치고 보니 안과 밖에 온 길과 갈 길에 환히 보이는 그 곳에 유치찬란이라 누락 시켰던 야윈 사랑이 치욕으로 잊었던 자유가 온힘 다해 마이산을 기어서 오르는데 거짓말처럼 다 순하다
줄기에서 뿌리 내려 또 시작하는 줄사철나무처럼 완성은 아픈 상처쯤에서 늘 발아했다 말하려 하는가 오늘은 가장 밝은 귀 열어 생 하나 상량한다
*1. 2 러시아소설 ‘닥터 지바고’ 중에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이태관 시인 / 포구나무 외 1편 (0) | 2026.02.04 |
|---|---|
| 이면우 시인 / 조선문창호지 외 1편 (0) | 2026.02.04 |
| 이상옥 시인 / 미로 외 1편 (0) | 2026.02.03 |
| 김유자 시인 / 교체 시기 외 1편 (0) | 2026.02.03 |
| 윤재철 시인 / 동백 二題 1 외 1편 (0) | 2026.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