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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옥 시인 / 오뚜기 예찬
빈손밖에 내세울 게 없는 젊은 남자 행복의 뒷면만 훔쳐보다가 둥지가 되는 경계에서 쓰러지곤 했다
사업장에서도 밥상 앞에서도 자꾸만 쓰러졌다 쓰러지는 것도 이력이 붙는지 그의 다리에도 근육이 붙어 오뚜기보다 빨리 일어서는 법을 습득했다
포기를 모르는 이 남자에게 천운이란 눈 밝은 사과가 달려 여자를 에덴동산에 입성시켰는지는 모르겠다 여자는 한 번도 입어보지 못한 옷을 걸치고 우아한 자태로 그 과실을 따 먹었는지도 모르겠다
전생을 들먹이던 여자의 입이 닫히고 꽃들이 몸을 열 때마다 무중력으로 떠오르는 생명의 화단
인내가 닿은 집, 철 따라 꽃들이 저마다의 선율로 출렁인다 봄의 향기가 내려앉은 상추 고추 토마토 옆 감사의 새싹이 돋아난 진심도 모종해 본다
장롱 면허증과 허한 몸을 지닌 여자에게 황톳길까지 품은 안산은 꿈의 동산이다
대문만 나서면 꽃봉오리 같은 두 개의 구릉을 품은 또 하나의 작은 안산 귀룽나무가 언 땅에서 연둣빛을 길어 올리고 발끝에는 자주괴불꽃과 제비꽃 걸음걸음 내딛는 보랏빛 꿈
벚꽃 동산이다가 아카시아 숲을 풀어 놓고 어느 날 단풍나무 숲이 되는 여자 집에 놀러 온 새털구름이 물었다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왔느냐고? -계간 『아토포스』 2025년 여름호 발표
김찬옥 시인 / 허공에 들어선 강변
모서리를 품어주는 구름이 있기에 별은 반짝일 수 있는 것이다
별은 스스로 밤하늘을 밝히라 하고 구름은 살포시 대낮으로 내려와 하얀 폭포수가 되었다 쏟아져 내린 물살이 허공을 깨워 빛으로 퍼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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