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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임보 시인 / 난정기蘭丁記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2. 18.
임보 시인 / 난정기蘭丁記

임보 시인 / 난정기蘭丁記

 

 

세이천洗耳泉 오르는 솔밭 고개

 

바다만큼 바다만큼 난초蘭草밭 피워 놓고

 

한란寒蘭, 춘란春蘭, 소심素心, 보세報歲

 

흐르는 가지마다 그넷줄 얽어

 

구름을 박차고 하늘을 날다

 

빈 가슴에 시가 익으면

 

열 서넛 동자놈 오줌을 싸듯

 

세상에다 버럭버럭 시를 갈긴다.

 

 


 

 

임보 시인 / 삶에 관한 물음

어떤 이는

세상을 등지고 깊은 산골에 들어가

산새들의 울음소리나 듣고

산나물이나 씹으며 조용히 살라고 한다

 

어떤 이는

호숫가 풍치 좋은 곳을 찾아 정자를 세우고

낚싯대나 드리우고 시나 읊조리며

한가하게 살라고 한다

 

어떤 이는

거친 세상에 나가 수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세상의 달고 쓴 맛들을

다 맛보며 살라고 한다

 

어떤 스승은

능력이 소중하니 배우고 익혀

힘을 기르라고도 하고

어떤 친구는

재산이 소중하니

많은 돈을 모으며 살라고도 하고

어떤 선배는

사람이 중요하니

좋은 이웃들을 많이 만들라고도 한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묻고 다니다

어느덧 한평생 다 보내고 말았다

 

저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임보(林步) 시인

1940년 전남 승주군 출생. 본명: 강홍기(姜洪基).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국민대학 대학원 국문과 졸업.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한국현대시운율연구>로 문학박사 학위. 1962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 1974년 첫시집 <임보의 시들>. 이후 2011년 <눈부신 귀향> 등. 2014년 제30회 윤동주 문학상 수상. 충북대 국문과 교수 역임. 현재 월간 <우리시> 편집인. 논저 「한국현대시 운율구조론」『엄살의 시학』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