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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호 시인 / 겨울 감옥
햇살의 날개가 꺾였다 새들이 오지 않는다 고드름 창살 밖, 폐비닐의 검은 수의가 헐벗은 나뭇가지에서 펄럭인다
무슨 죄를 지었는지 억울하다 얼어붙은 폭포의 완강함 안쪽은 혹독한 그리움, 나는, 열꽃이다 찌그러진 달이 지나가고 비명 지르며 별들은 떨어지고 폭설이 허우적거리며 헤엄쳐 갔다안락사 시키지 못한 별들의 빨판, 유리창에 붙이고 눈 감는다 꿈속에서 얼음새꽃* 노랗게 눈뜬다
몇 계절 밖, 키 큰 자두나무에서 사는 그대여 면회 한번 와주시오 식어가는 내 혈맥의 길을 뚫고 자두의 붉은 심장을 들고
음악과 적막이 엉겨 붙은 얼음 담요 속, 나의 투명한 감옥으로
*얼음새꽃: 복수초꽃.
김은호 시인 / 젖은 구두 속의 귀가
막차는 별들을 싣고 온다 백둔리 계곡에 별빛 부려놓는다
종점 뒤에 비포장을 고집하며 구부러진 길 울퉁불퉁한 하루를 길어 올리는 오르막이 있다
어제 내린 비로 깊어진 가을 물구덩이에 빠진 구두가 울먹인다 ‘괜찮다,괜찮다’명지산이 다독여준다
어둠 헤치며 나를 끌고 가는 젖은 구두 한 켤레
모퉁이 불빛이 다가와 구두끈 조여준다 산짐승 울음소리 내 목울대에 숨어든다
밤길이 써 내려간 쓸쓸함을 또박또박 읽고 가는 내 발걸음 소리 계곡물에 실려 저 아래 세상으로 간다
젖은 구두 속에서 구멍 난 양말처럼 노래하는 나
별빛으로 걸어가는 발은 뽀송뽀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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