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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안수환 시인 / 바늘귀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2. 28.
안수환 시인 / 바늘귀

안수환 시인 / 바늘귀

 

 

바늘귀에 실을 꿰면서 물어 보았다

 

바늘귀가 대답했다

나는 틈바귀가 아니다

 

그럼 무엇인가 다시 물어 보았다

 

바늘귀가 대답했다

본시 틈바귀는 없느니라

아무데도 틈바귀는 없느니라

 

그런 것 같다

당신을 부르는 내 목소리가

이렇게 떨리는 것을 보면

 

 


 

 

안수환 시인 / 물소리

 

 

배방면에 가면 배방산이 있고

배방산에 가면 배방산 과수원이 있고

배방산 과수원을 지나면 배방산 깊은 골 궁둥이를 때리는

물소리가 있다

 

배방산 물소리는 배방산에 있지만

내 몸 안에 흐르고 있는 물소리는 또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래서 말인데, 오줌싸개 루소는

어른이 되어서도 야뇨증에 시달린 게 아닐까

 

 


 

안수환 시인

1942년 충남 세종시 출생. 연세대 신학과를 졸업한 후 고려대 대학원을 거쳐 명지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음. 1975년 《시문학》과 《문학과 지성》을 통해 등단. 시집 『神들의 옷』 『징조』 『검불꽃 길을 붙들고』 『저 들꽃들이 되어 있는』 『달빛보다 먼저』 『충만한 시간』 『가야 할 곳』. 시론집 『시와 실재』 『우리시 천천히 읽기』 외. 천안연암대학 교양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