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재 시인 / 동네 어른
버스 정류장에서 친구를 배웅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동네 어른을 만났다 마스크를 쓴 채 인사를 하니 “누구신가?” “저 집 사는 사람입니다.” 코앞의 집을 가리켰다 “아, 그렇구먼! 남편은 요즘 일 나가시나?” “제가 남편입니다.” “아, 그렇구먼!”
며칠 후 아내가 마당 어귀에서 그 어른을 만났다 인사를 하는 모양이었다 “자네 안 사람은 요즘 학교에 안 나가나?” “예? 제가 안 사람입니다만.” “아아, 그렇구먼!”
며칠 후 동네 산책길에서 그 어른을 다시 만났다 “자네 아버님은 잘 계신가?” 내가 잠시 그 어른의 얼굴을 바라봤다 “아 참, 지난봄에 돌아가셨지!” “아뇨, 아직 살아계신데요.” “아, 그렇구먼! 그럼 어머님은?” “그만그만하십니다.” “아아, 그렇구먼!” “남편은 어디 또 멀리 갔나? 요즘 통 안 보이는 것 같은데.” “제가 그 남편입니다.” “아아 참, 그렇구먼그렇구먼!”
―웹진《공정한시인의사회》2023년 11월호
이동재 시인 / 어느 절의 법회
동지팥죽은 뭐 흙 파서 만들었는 줄 알아 팥죽 한 그릇에 오천원씩 내놔 이제 우리 절도 지금 저 앞에 종루를 새로 지었듯이 일주문도 지어야하고 할 공사가 많아 기껏 일 년에 한두 번 와서 천 원짜리 한 장 놓고 쪼르르 내려가니 복이 와? 그 다 달아나는 복이야 천만 원씩 내고 빌어 봐 소원이 안 이루어지나 관상이 달라져 왕비도 되고 뭣도 되지 아줌마 어디 백만 원 내고 빈 적 있어 시주는 천 원 하고 복은 백만 원어치 빌고, 에이!
'산 속에 성철 스님 계시면 암자로 내려오시기 바랍니다. 아아 마이크 시험 중'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김은호 시인 / 겨울 감옥 외 1편 (0) | 2026.02.28 |
|---|---|
| 박현수 시인 / 세한도 외 1편 (0) | 2026.02.28 |
| 안수환 시인 / 바늘귀 외 1편 (0) | 2026.02.28 |
| 김봉식 시인 / 무책임에 대하여 외 1편 (0) | 2026.02.28 |
| 문현숙 시인 / 단골집 외 1편 (0) | 2026.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