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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녀 시인 / 핑크빛 시트
미소 머금은 손짓 두 번으로 큰 산을 옮겼다
거실로 들어온 군자란 ,예고 없이 실한 꽃대 쭈욱 밀어올린 정원 초나흘 오후 중국 우한에서 창궐된 코로나 19가 확산될 위기에 놓이자 나라 안팎은 공포 분위에 휩싸였다. 그에 맞선 나는 장갑과 마스크로 무장한 뒤 전철을 탔다
체격 건장한 중년 신사 임산부석에 다리를 모으고 젊잖게 앉아 있다 난 다른 사람들 눈을 거슬리기 전 자리를 옮겨야한다는 생각으로 씨익 웃으며 핑크빛 시트 아래를 손끝으로 가리킨 후 빈 내 옆자리로 오라는 손짓도 했다 마스크의 마술에 걸려든 그 남자 당황하며 얼른 내 옆으로 옮겨 앉더니 쓰인 글자를 읽고 또 읽는다 전철 안은 삽시간에 봄기운이 돌며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핑크빛 시트가 환하게 웃었다
김두녀 시인 / 가을 기도
채 물들기도 전 맨땅에 떨어져 스산한 바람이 싫다 나뒹구는 낙엽 어디론가 숨어들게 하소서
매서운 추위이거든 더디 와서 그늘 속 퍼렇게 질려있는 잎마저 고운 잎 되게 하소서
샛노랗게 혹은 발갛게 물들거든 온전한 정신으로 태우고 태워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이게 하소서
화들짝 피었다가 한순간에 바람에 날려 사라지는 꽃 봄꽃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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