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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곽문연 시인 / 소리의 집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3. 2.
곽문연 시인 / 소리의 집

곽문연 시인 / 소리의 집

 

 

내 몸은 소리의 거처이며 통로였다

 

언제부턴가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알 수 없는 이명들이 몸을 흘러나간다

 

살아온 내력이 기록된 집

내 생의 테두리를 맴돌던 채록採錄의 지문이

조금씩 지워져간다

 

소리 안에 나를 세워두고

소리 밖으로 그가 빠져나갔다

 

달콤한 소리

작은 소리에 솔깃한 두 귀

 

쓴말을 싫어하더니, 자주 소리를 놓치고 말았다.

 

 


 

 

곽문연 시인 / 동백꽃 라디오

 

 

형이 조립해 준 라디오

이불을 들추면 기억의 부스러기가 떨어진다

 

앞과 뒤를 잇대어 완성한 밑그림

내 꿈은 어둠과 소리로 조립되고 푸른 잎이 돋던 시절

 

귓속을 드나들던 먼 나라 이야기

이어폰을 꽂고 소리로 허기를 채우는 밤,

호롱불 심지에 가물가물 잠을 켜두고

지지직 소리를 베고 잠들었다

 

어긋난 주파수를 찾아

이리저리 방향을 틀면 흩어지던 소리의 파편들

 

꽃 지는 소리에 뒤적이던 밤

오래된 라디오에서

동백아가씨의 구슬픈 목소리가 걸어나왔다

 

생각하면 꽃 진 자리처럼

멀고 아득한 일,

 

꿈 밖에서 나를 부르는 형의 목소리는

동백꽃보다 붉었다.

 

-시집 <단단한 침묵>에서

 

 


 

곽문연 시인

충북 영동에서 출생. 춘천대학 상학과 졸업. 중대예술대학원 문창과 수료. 고대 경영대학원. 서울대 최고산업전략과정 수료. 2003년《문학마을》로 등단. 시집 『단단한 침묵』 『언어의 스윙』. 한국시인협회 회원. <다층사람들> 편집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