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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생수 시인 / 지나가다
대숲에 휘날리는 눈발 검은머리도 흰머리도 지나가다 꽃잎도 낙엽도 언덕도 벌판도 달밤도 별밤도 지나가다 모든 지나간 것들이 처음부터 다시 지나가다
대숲에 몰아치는 눈보라 혜숙이도 금자도 지나가다 모든 형상 있는 것들이 형상 없는 것들이 태어난 것들이 죽은 것들이 처음이 되어 또 다시 지나가다
김생수 시인 / 정점, 그 자리
벌레 한 마리 길을 간다, 앞을 향해 간다 장애물을 만나자 더듬거리다 옆으로 돌아간다 돌아가는 길에 또 장애물을 마주치자 다시 돌아간다, 한마디 투덜거리지 않는다 그렇게 온 몸으로 두어서넛번을 돌아버리자 이젠 왔던 그 길이 앞으로 가는 길이 되었다 되돌아가는 그 길이 나아가는 길이 되었다 그래도 한번을 궁시렁 거리지 않는다
벌레 한 마리 가는 그 길, 왔던 길 되살펴 뒤돌아가니 처음에 찾던 그 길이었다 파랑새 날고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애초에 찾던 그 길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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