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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경 시인 / 달의 법칙
아버지는 상의 용사였다 6.25 참전 때 철원에서 한쪽 다리를 잃었다 댕강 떨어져나간 한쪽 다리 오남매 배는 늘 허전하게 채워졌고 의족 끼운 아버지 한쪽 엉덩이가 보름달처럼 부풀었다
왼쪽 발바닥이 평발인 나도 오른쪽 발바닥에 힘을 주며 길을 걷는다 물집이 생길 때마다 왼쪽 발은 땅 딛기가 거북하였다 평평했던 발바닥 굳은살은 튕겨 나오면서 뼛속에 숨은 삶의 걸음걸이도 뒤틀렸다
절뚝절뚝 뒤틀릴 때 오른쪽 엉덩이가 왼쪽으로 낮아진다
발 한번 담구지 못한 의족 아버지 다리를 닮은 강줄기 따라 피라미가 지나다니는 물길에 어머니와 나란히 뿌리셨다
막 목욕을 끝낸 딸아이 발처럼 신지 못한 하얀 신발 아래 보름달 밝음까지 낮아진 밤, 왼쪽 시간이 출렁출렁 흐른다
무덤 속 어둠보다 밝은 강 속 집으로 귀가한 보름달의 한쪽 다리는 언제나 절뚝거렸다 살색 의족이 검버섯처럼 변한 시간 가운데를 비웠던 어머니는 아버지 의족을 살짝 벗기시는지 바람이 흔드는 물결을 들추는 물고기가 푸드득 푸드득 꼬리를 흔들며 강물 속 안부를 전한다
-시집 <거미의 전술> 고요아침
김하경 시인 / 숨은 도시
컬러링이 울린다 주고받은 문자는 만남의 통로 내가 포착되었다 “카톡 왔어,”
간간히 웃음을 숨겨놓은 사내가 동굴 속 박쥐처럼 휘파람 불며 앉아있다 패턴장치 설치된 비밀 접속 진동벨로 저장한 그는 눈 마주칠 때마다 액정에도 온기가 감돈다 귀가 먹어가는 오십 나이 거울 앞에 마스카라 올리며 마음의 시간을 당긴다 틀 속에 갇힌 심장 소리가 더 요란하다 벨 소리는 만남의 신호 몸과 마음이 하나로 연결된 통로 해가 뜨고 바람이 이는 비밀의 장소
핸드폰 속에 숨은 도시 사내 하나 주운 밤 나는 날마다 구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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