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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윤배 시인 / 부겐베리아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3. 2.
박윤배 시인 / 부겐베리아

박윤배 시인 / 부겐베리아

 

 

뻑뻑한 꽃의 눈길이

아프게 내 눈을 찔러온다

 

인도네시아 암바라와

멀쩡하던 정오의 하늘을

빗줄기가 긁고 갈 때

돌아갈 곳을 잃어버린

조선 위안부 소녀

 

쪼그려 앉아 발을 씻다가

훌쩍훌쩍 울고 있다

 

 


 

 

박윤배 시인 / 아름다운 거짓말

 

 

너의 연못엔 금붕어가 살지 않아

그냥 색칠한 붕어만 헤엄칠 뿐이지

배가 부르면 죽는 거야

배가 너무 고파도 죽는 거야

 

아 살살 좋아 미치겠어, 더 세게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건지

그러니까 연못은 본래 없었던 거고

금붕어도 없었던 것인데

고양이가 잡아 먹었다고 말하는 것이지

알밴 금붕어가 배 터져 죽고

수놈들만 살아 헤엄치는 연못은 쓸쓸함의 바닥

더럽고 치사한 꼴을 보기 싫으면

떠나거나 연못을 메워야 하지

너는 나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하고

나는 눈곱만큼도 그리워하지 않을 거니까

 

안녕 잘 가, 라는 인사는

되도록 해맑게 웃으며 해야겠지

 

 


 

박윤배 시인

1962년 강원도 평창 출생. 충북대학교 미술교육과 졸업. 1989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대구시인협회상 수상. 시집 『쑥의 비밀』 『얼룩』 『붉은 도마』 『연애』 『알약』 『오목눈이 집증후군』. 2009년 대구시인협회상 수상. 현재 계간 《문장》 주간, 카페 《신춘문예공모나라》후원회 회장, 형상시학창작원 대표, 갤러리《아르떼》관장. 한국시인협회, 대구문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