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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 시인 / 지난날의 장미
쇄골이 살짝, 드러난 붉은 장미
손끝과 발끝에 힘을 준 채 코끝을 집중시키면 발가락의 진동이 머리끝까지 요동치다가 입술에 닿게 되지 아찔하게, 그때 흔들리는 건 반쯤 잠긴 현기증이 아닐까 잠시 의심하는 사이
이건 은유일까, 다시 어둠이 더 깊은 어둠을 업고 붉은 꽃잎은 더 붉은 꽃잎을 얹고 향기가 더 짙은 향기를 안고
긴 목으로도 닿을 수 없는 거리(距離)에서 가시는 왜 더 맹랑해질까
다시 머나먼 이름, 지난날의 장미
이기영 시인 / 아픈 발을 끌며 진창을 뛰어가네
비가 온다 붉은 소리다
칠흑 안으로 손을 넣고 점자를 읽듯 쓰다듬어 본다
부서지지 않으면 안 되는 저 소리를 놀라서 달아나는 저,
밤새도록 아파서 끙끙 앓는 비통한 발들이
창 밖에 흥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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