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형 시인 / 밤마다 초를 내 뒤에는 천사가 천사와 천사들을 이끌고 노래를 부르며 천사의 손을 세워 색을 지운 얼굴로 지나간다 온몸이 끄는 옷자락 바람이 지우는 발 깨진 유리 조각 위를 통과해 커튼 뒤를 열면 작은 사람 오래전 돌아온 사람이다 오래전 돌아와 오래 앉은 사람 눈 마주친 천사들을 기억해 벗어둔 신발, 왼쪽과 왼쪽 푹 꺼진 모래 바닥 깎아진 뒷모습 툭툭 손이 온다 뒤에 남은 순진한 새들만 난다 다시 흰색이 나타난 것처럼 오래 들여다보는 행성처럼 무서운 산책이 온다
김기형 시인 / 빗속에서 빗속으로
무엇을 보았다고 생각하니 침대에 앉으면 침대에 앉아 했던 지난번의 이야기를생각하지 너는 얼룩덜룩한 곤충을 잡아왔지 여름이 되었을 때 모르는 사람이었어 우리는 돌을 쌓아두었지 팔목에 검은 점이 두 개 있어서 좋았지 그곳은 파랗고 때로는 하얀 달이 태어났지 방문을 열면 다른 방문이 조금 더 작게 서 있었어 무엇이 지나갔을까 긴 이야기를 해보았지 아침이 되어야 꼭 창문을 닫았어 아무도 부르는 사람이 없었는데 항상 대답을 하곤 했지 우리는 친절한 기분을 알았지 장미 정원은 계속 자라고 미끄럼틀을 세웠어 너에게 길고 부드러운 옷을 입혔지 넘어진 의자, 작은 동물들이 다녀가곤 했어 꼭 숲의요정이 된 거 같았지 나무의 정면을 몰라도 될까 집처럼 서 있는 나무, 부르튼 두 손이었어 바람이 불면 굴러 내려가는 영혼이 있었을 거야 조금씩 그네를 흔들었지 아직 발을 구르고 있는 다리가 있구나 물고기떼 조각조각 구름, 동시에 작아지고 한참 물을 삼켜 조용한 얼굴이 되어서 환하게 웃을 줄 알았지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강유환 시인 / 봄눈 외 1편 (0) | 2026.03.02 |
|---|---|
| 이기영 시인 / 지난날의 장미 외 1편 (0) | 2026.03.02 |
| 곽문연 시인 / 소리의 집 외 1편 (0) | 2026.03.02 |
| 고영서 시인 / 흔적 외 1편 (0) | 2026.03.02 |
| 김하경 시인 / 달의 법칙 외 1편 (0) | 2026.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