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근대)937 이용악 시인 / 나를 만나거든 외 4편 이용악 시인 / 나를 만나거든 땀 마른 얼굴에 소금이 싸락싸락 돋힌 나를 공사장 가까운 숲속에서 만나거든 내 손을 쥐지 말라 만약 내 손을 쥐더라도 옛처럼 네 손처럼 부드럽지 못한 이유를 그 이유를 묻지 말아 다오 주름 잡힌 이마에 석고처럼 창백한 불만이 그윽한 나를 거리의 뒷골.. 2019. 11. 5. 김영랑 시인 / 이 정거장 행여 잊을라 외 4편 김영랑 시인 / 이 정거장 행여 잊을라 빠른 철로에 조는 손님아 이 시골 이 정거장 행여 잊을라 한가하고 그립고 쓸쓸한 시골 사람의 드나드는 이 정거장 행여 잊을라 영랑시집, 시문학사, 1935 김영랑 시인 / 저 곡조만 사라지면 저 곡조만 아주 호동글 사라지면 목 속의 구슬을 물 속에 버.. 2019. 11. 5. 김수영 시인 / 서책 외 5편 김수영 시인 / 서책 덮어놓은 책(冊)은 기도(祈禱)와 같은 것 이 책(冊)에는 신(神)밖에는 아무도 손을 대어서는 아니된다 잠자는 책이여 누구를 향하여 앉아서도 아니된다 누구를 향하여 열려서도 아니된다 지구(地球)에 묻은 풀잎같이 나에게 묻은 서책(書冊)의 숙련(熟練)― 순결(純潔).. 2019. 11. 5. 이용악 시인 / 그래도 남으로만 달린다 외 4편 이용악 시인 / 그래도 남으로만 달린다 한결 해말쑥한 네 이마에 촌스런 시름이 피어오르고 그래도 우리를 실은 차는 남으로 남으로만 달린다 촌과 나루와 거리를 벌판을 숲을 몇이나 지나왔음이냐 눈에 묻힌 이 고개엔 까마귀도 없나 보다 보리밭 없고 흐르는 뗏노래라곤 더욱 못 들을 .. 2019. 11. 4. 김영랑 시인 / 연 1 외 4편 김영랑 시인 / 연 1 내 어린 날! 아슬한 하늘에 뜬 연같이 바람에 깜박이는 연실같이 내 어린 날! 아슴풀하다 하늘은 파―랗고 끝없고 편편한 연실은 조매롭고 오! 흰 연 그 새에 높이 아실아실 떠놀다 내 어린 날! 바람 일어 끊어지던 날 엄마 아빠 부르고 울다 희끗희끗한 실낫이 서러워 .. 2019. 11. 4. 김수영 시인 / 비 외 4편 김수영 시인 / 비 비가 오고 있다 여보 움직이는 비애(悲哀)를 알고 있느냐 명령(命令)하고 결의(決意)하고 `평범(平凡)하게 되려는 일' 가운데에 해초(海草)처럼 움직이는 바람에 나부껴서 밤을 모르고 언제나 새벽만을 향하고 있는 투명(透明)한 움직임의 비애(悲哀)를 알고 있느냐 여보 .. 2019. 11. 4. 이용악 시인 / 강가 외 4편 이용악 시인 / 강가 아들이 나오는 올겨울엔 걸어서라두 청진으로 가리란다 높은 벽돌담 밑에 섰다가 세 해나 못 본 아들을 찾아오리란다 그 늙은인 암소 따라 조이밭 저쪽에 사라지고 어느 길손이 밥 지은 자췬지 끄슬은 돌 두어 개 시름겨웁다 오랑캐꽃, 아문각, 1947 이용악 시인 / 검은 .. 2019. 11. 3. 김영랑 시인 / 쓸쓸한 뫼 앞에 외 4편 김영랑 시인 / 쓸쓸한 뫼 앞에 쓸쓸한 뫼 앞에 후젓이 앉으면 마음은 갈앉은 양금줄같이 무덤의 잔디에 얼굴을 부비면 넋이는 향맑은 구슬 손같이 산골로 가노라 산골로 가노라 무덤이 그리워 산골로 가노라 영랑시집, 시문학사, 1935 김영랑 시인 / 아지랑이 허리띠 매는 시악시 마음 실같.. 2019. 11. 3. 김수영 시인 / 바뀌어진 지평선(地平線) 외 3편 김수영 시인 / 바뀌어진 지평선(地平線) 뮤우즈여 용서하라 생활을 하여 나가기 위하여는 요만한 경박성(輕薄性)이 필요(必要)하단다 시간(時間)의 표면(表面)에 물방울을 풍기어가며 오늘을 울지 않으려고 너를 잊고 살아야 하는 까닭에 로날드 골맨의 신작품(新作品)을 눈여겨 살펴보며.. 2019. 11. 3. 김영랑 시인 / 빛깔 환히 외 5편 김영랑 시인 / 빛깔 환히 빛깔 환히 동창에 떠오름을 기둘리신가 아흐레 어린 달이 부름도 없이 홀로 났네 월출동령(月出東嶺)! 팔도 사람 다 맞이하소 기척 없이 따르는 마음 그대나 홀히 싸안아 주오 영랑시선, 정음사, 1949 김영랑 시인 / 뻘은 가슴을 훤히 벗고 뻘은 가슴을 훤히 벗고 개.. 2019. 11. 2. 김수영 시인 / 만시지탄(晩時之嘆)은 있지만 외 4편 김수영 시인 / 만시지탄(晩時之嘆)은 있지만 룻소의 `민약론(民約論)'을 다 정독(精讀)하여도 집권당(執權黨)에 아부(阿附)하지 말라는 말은 없는데 민주당(民主黨)이 제일인 세상에서는 민주당(民主黨)에 붙고 혁신당(革新黨)이 제일인 세상이 되면 혁신당(革新黨)에 붙으면 되지 않는가 .. 2019. 11. 2. 박세영 시인 / 향수 외 2편 박세영 시인 / 향수 아―그립구나 내 고향, 익은 들이 물결치는 가을, 누르런 들과 새파란 하늘을 볼 땐 생각키느니 내 고향. 산골짜기엔 약수(藥水), 마을 앞엔 푸른 강, 강에 배 띄우고 고기 잡던 옛시절 내 고향은 이리도 아름다워라. 산 없는 이곳에서, 물 흐린 이 땅에서 흘러 다니는 나.. 2019. 11. 2. 이전 1 ··· 33 34 35 36 37 38 39 ··· 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