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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937

심훈 시인 / 태양(太陽)의 임종(臨終) 외 1편 심훈 시인 / 태양(太陽)의 임종(臨終) 나는 너를 겨누고 눈을 흘긴다. 아침과 저녁, 너의 그림자가 사라질 때까지 `태양(太陽)이여, 네게는 운명(殞命)할 때가 돌아오지 않는가'하고. 억만년(億萬年)이나 꾸준히 우주(宇宙)를 밭 갈고 있는 무서운 힘과 의지(意志)를 가지고도 너는 눈이 멀었.. 2019. 10. 25.
박세영 시인 / 각서 외 2편 박세영 시인 / 각서 내게 주는 모든 말은 사람이 싫어하는 말이건 다 하여 주시오. 설혹 잘함이 있더라도 꾸짖어 주시오, 못난이라 하여 주시오. 나를 추켜주는 말은 이는 독약을 마시게 함이나 같으오니 솟아오르는 싹을 분질러 버리는 폭풍우와 같으오니. 내게 주는 모든 말은, 비웃는 .. 2019. 10. 24.
황순원 시인 / 일구삼삼년(一九三三年)의 차륜(車輪) 외 2편 황순원 시인 / 일구삼삼년(一九三三年)의 차륜(車輪) 비냐, 바람이냐? 그렇지 않으면 벼락이냐, 지진(地震)이냐?― 불안(不安)한 흑운(黑雲)이 떠도는 일구삼삼년(一九三三年)의 우주(宇宙)여. 무(無)에서 유(有)로, 삶에서 죽음으로, 그리고 개인(個人)에서 군중(群衆)으로, 평화(平和)에서 .. 2019. 10. 24.
심훈 시인 / 조선은 술을 먹인다 외 4편 심훈 시인 / 조선은 술을 먹인다 조선은 마음 약(弱)한 젊은 사람에게 술을 먹인다. 입을 어기고 독(毒)한 술잔으로 들어붓는다. 그네들의 마음은 화장(火葬)터의 새벽과 같이 쓸쓸하고 그네들의 생활(生活)은 해수욕장(海水浴場)의 가을처럼 공허(空虛)하여 그 마음 그 생활(生活)에서 순.. 2019. 10. 24.
황순원 시인 / 우리의 가슴은 위대하나니 외 2편 황순원 시인 / 우리의 가슴은 위대하나니 옥순아, 가난과 고생에 차혀 커가던 옥순아! 너는 아직 그때를 잘 기억하고 있겠지? 궂은 비 나리는 밤, 빗방울이 처마 끝을 구을러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국경(國境)을 넘은 아버지 어머니가 몹시 그립다고, 나의 무릎에 눈물 젖은 얼굴을 파묻고 .. 2019. 10. 23.
심훈 시인 / 어린이 날 외 4편 심훈 시인 / 어린이 날 해마다 어린이날이면 비가 내립니다. 여러분의 행렬에 먼지 일지 말라고 실비 내려 보슬보슬 길바닥을 축여 줍니다. 비바람 속에서 자라난 이 땅의 자손들이라, 일년의 한 번 나들이에도 깃이 젖습니다그려. 여러분은 어머님께서 새옷감을 매만지실 때 물을 뿜어 .. 2019. 10. 23.
오장환 시인 / 화원(花園) 외 2편 오장환 시인 / 화원(花園) 꽃밭은 번창하였다. 날로 날로 거미집들은 술막처럼 번지었다. 꽃밭을 허황하게 만드는 문명. 거미줄을 새어 나가는 향그러운 바람결. 바람결은 머리카락처럼 간지러워…… 부끄럼을 갓 배운 시악시는 젖통이가 능금처럼 익는다. 줄기째 긁어먹는 뭉툭한 버러.. 2019. 10. 23.
황순원 시인 / 석별(惜別) 외 2편 황순원 시인 / 석별(惜別) 말없이 가로(街路)로 걷던 두 사람의 심사, 침묵(沈黙) 속에서 서로의 뜻을 통(通)케 하려던 마음이어. 공장에 울리는 싸이렌도 하늘에 반짝이는 별도 무심하구나. 친구의 나누임, 애타는 이별(離別). 군은 여러번 자살(自殺)을 도모(圖謀) 했었지? 철도(鐵道), 강(.. 2019. 10. 22.
심훈 시인 / 소야악(小夜樂) 외 3편 심훈 시인 / 소야악(小夜樂) 달빛같이 창백(蒼白)한 각광(脚光)을 받으며 흰 구름장같은 드레쓰를 가벼이 끌면서 처음으로 그는 세레나아드를 추었다. `챠이코프스키'의 애달픈 멜로디에 맞춰 사뿟 사뿟 떼어 놓는 길고 희멀건 다리는 무대(舞臺)를 바다 삼아 물생선처럼 뛰었다. 그 멜로.. 2019. 10. 22.
오장환 시인 / 해항도(海港圖) 외 3편 오장환 시인 / 해항도(海港圖) 폐선처럼 기울어진 고물상옥(古物商屋)에서는 늙은 선원이 추억을 매매하였다. 우중중―한 가로수와 목이 굵은 당견(唐犬)이 있는 충충한 해항(海港)의 거리는 지저분한 크레용의 그림처럼, 끝이 무디고. 시꺼먼 바다에는 여러 바다를 거쳐온 화물선이 정박.. 2019. 10. 22.
황순원 시인 / 떨어지는 이날의 태양(太陽)은 외 2편 황순원 시인 / 떨어지는 이날의 태양(太陽)은 하늘의 왕자(王子), 밝음의 사자(使者), 휘황(輝煌)한 화염(火炎)을 내려 쏘든 태양(太陽)이 꺼구러졌다, 서산(西山)에 피를 토(吐)하고. 태양(太陽)아, 만민(萬民)이 총대를 겨누고 있든 불덩아 그렇게 너의 영화(榮華)가 오랫동안 계속할 줄 알.. 2019. 10. 21.
심훈 시인 / 뻐꾹새가 운다 외 3편 심훈 시인 / 뻐꾹새가 운다 오늘 밤도 뻐꾹새는 자꾸만 운다 깊은 산 속 빈 골짜기에서 울려 나오는 애처로운 소리에 애끊는 눈물은 베개를 또 적시었다. 나는 뻐꾹새에게 물어 보았다 `밤은 깊어 다른 새는 다 깃들였는데 너는 무엇이 설기에 피나게 우느냐' 라고 뻐꾹새는 내게 도로 묻.. 2019. 10.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