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근대)937 김억 시인 / 탈춤 외 4편 김억 시인 / 탈춤 여러분, 살음의 즐거움을 맛보려거든, `도덕(道德)'의 예복(禮服)과 `법률(法律)'의 갓을 묘(妙)하게 쓰고 다 이곳으로 들어옵시요, 이곳은 인생(人生)의 `이기(利己)'의 탈춤 회장(會場)입니다. 춤을 잘 추어야 합니다, 서툴러 넘어지면 운명(運命)이라는 놈의 함정(陷穽)에 .. 2019. 10. 17. 심훈 시인 / 고독(孤獨) 외 3편 심훈 시인 / 고독(孤獨) 진종일(盡終日) 앓아 누워 다녀 간 것들 손꼽아 보자니 창(窓)살을 걸어간 햇발과 마당에 강아지 한 마리 두 손길 펴서 가슴에 얹은 채 임종(臨終) 때를 생각해 보다. 그림자하고 단 둘이서만 지내는 살림이어늘 천장이 울리도록 그의 이름은 왜 불렀는고 쥐라도 들.. 2019. 10. 16. 오장환 시인 / 심동(深冬) 외 3편 오장환 시인 / 심동(深冬) 눈 쌓인 수풀에 이상한 산새의 시체가 묻히고 유리창이 모두 깨어진 양관(洋館)에서는 샴페인을 터뜨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언덕 아래 저기 아, 저기 눈쌓인 새냇가에는 어린 아이가 고기를 잡고 눈 위에 피인 숯불은 빨―갛게 죽음은, 아, 죽음은 아름다웁게 불.. 2019. 10. 16. 김억 시인 / 전원(田園)의 황씨(黃氏) 외 4편 김억 시인 / 전원(田園)의 황씨(黃氏) 집이면 집마다 떠오르는 연기(烟氣), 서(西)녘 하늘에는 곱게도 물들인 붉은 구름, 공중(空中)으로 올라서는 헤매며 스러질 때, 나무가지에서는 비둘기가 울고 있어라. 안개는 숲속에서 생기는 듯이 스미어서는 조는 듯 고요히 누운 넓은 들을 덮으며, .. 2019. 10. 16. 심훈 시인 / R씨(氏)의 초상(肖像) 외 3편 심훈 시인 / R씨(氏)의 초상(肖像) 내가 화가(畵家)여서 당신의 초상화(肖像畵)를 그린다면 지금 십년(十年)만에 대(對)한 당신의 얼굴을 그린다면 채색(彩色)이 없어 파레트를 들지 못하겠소이다. 화필(畵筆)이 떨려서 획(劃) 하나도 긋지 못하겠소이다. 당신의 얼굴에 저다지 찌들고 바래.. 2019. 10. 15. 오장환 시인 / 석양 외 4편 오장환 시인 / 석양 보리밭 고랑에 드러누워 솟치는 종다리며 떠가는 구름장이며 울면서 치어다 보았노라. 양지짝의 묘지는 사랑보다 다슷하고나 쓸쓸한 대낮에 달이나 뜨려무나 조그만 도회의 생철 지붕에…… 헌사, 남만서방, 1939 오장환 시인 / 성묘하러 가는 길 솔잎이 모두 타는 칙.. 2019. 10. 15. 김억 시인 / 우정(友情) 외 3편 김억 시인 / 우정(友情) 사랑은 저문 봄날의 꽃보다도 가이 없고, 우정(友情)은 술잔에서 술잔으로 떠돌아가며 거짓의 울음과 값없는 웃음을 흘리다가는 어리운 담뱃내보다도 더 쉽게 스러지나니, 다음에 남는 설움이야 한(限)이나 있으랴. 사람아, 기운(氣運)있게 인생(人生)의 길을 밟는 .. 2019. 10. 15. 오장환 시인 / 불길(不吉)한 노래 외 3편 오장환 시인 / 불길(不吉)한 노래 나요. 오장환이요. 나의 곁을 스치는 것은, 그대가 아니요. 검은 먹구렁이요. 당신이요. 외양조차 날 닮았다면 얼마나 기쁘고 또한 신용하리요. 이야기를 돌리오. 이야길 돌리오. 비명조차 숨기는 이는 그대요. 그대의 동족뿐이요. 그대의 피는 거멓다지요.. 2019. 10. 14. 김억 시인 / 신작로(新作路) 외 2편 김억 시인 / 신작로(新作路) 행객(行客)은 오고가고 가고옵니다. 자욱은 자욱밟아 티끌이외다, 바람부니 그나마 티끌 납니다. 님이어, 이 한 생(生)은 신작로(新作路)외까. 신작로(新作路)는 이내 맘 분주도 하이 밤낮으로 행객(行客)은 끊일 때 없네, 먼지 속에 발자욱 어지러우니 꿈타고 .. 2019. 10. 14. 김소월 시인 / 하다못해 죽어 달래가 옳나 외 3편 김소월 시인 / 하다못해 죽어 달래가 옳나 아주 나는 바랄 것 더 없노라 빛이랴 허공이랴, 소리만 남은 내 노래를 바람에나 띄워서 보낼 밖에. 하다못해 죽어 달래가 옳나 좀 더 높은 데서나 보았으면! 한세상 다 살아도 살은 뒤 없을 것을, 내가 다 아노라 지금까지 살아서 이만큼 자랐으.. 2019. 10. 14. 오장환 시인 / 밤의 노래 외 2편 오장환 시인 / 밤의 노래 깊은 밤중에 들려오는 소리는 시냇물 소리만인가 했더니, 어두운 골짜기 노루 우는 소리. 또 가까운 산발에 꿩이 우는 소리. 그런가 하면 두견이의, 소쩍새의, 쭉쭉새의, 신음하듯 들려오는 울음소리 아, 저 약하디 약한 미물들이, 또 온 하루를 쫓겨다니다 깊은 .. 2019. 10. 13. 김억 시인 / 사계(四季)의 노래 외 2편 김억 시인 / 사계(四季)의 노래 고운 생각 가득한 나물광주리를 옆에 끼고 인생(人生)의 첫 이슬에 발을 적시는 봄철의 따님이여, 꽃을 우랴는 고운 바람에, 그대의 보드람은 가슴의 사랑의 꽃봉우리는 지금(只今) 떨고 있어라. 미칠듯한 열락(悅樂)에 몸과 맘을 다 잊고 뛰노는 황혼(黃昏).. 2019. 10. 13. 이전 1 ··· 38 39 40 41 42 43 44 ··· 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