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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15159

정지우 시인 / 정원사를 바로 아세요 외 3편 정지우 시인 / 정원사를 바로 아세요 나무에 들었던 밤이 꽃송이로 피어나듯 정원의 길들은 씨앗을 뿌리며 돋아나지요 최초의 정원사는 나무의 육종을 개량하는 이가 아니었을까 나무에도 관상이 있고 지붕의 온순한 풍습을 물려받은 가위로부터 수형은 시작되고 시기(猜忌)를 관리하는.. 2019. 7. 24.
정채원 시인 / 파타 모르가나* 정채원 시인 / 파타 모르가나* 여름에는 내 피로 너를 만들었고 겨울에는 뼛가루로 너를 만들었다 아니, 여름에는 얼음으로 너를 만들었고 겨울에는 모래로, 모래바람으로 너를 만들었다, 되도록 빨리 지워지는 너를 길 잃은 사막에서 쓰러지기 직전 나타나는 신기루 속의 신기루 달려.. 2019. 7. 24.
오현정 시인 / 설탕 혹은 소금 외 2편 오현정 시인 / 설탕 혹은 소금 벌레들의 수다를 가로수 돌 틈에 쟁여두네요. 당신의 닉네임은 사라지는 꿀벌, 그녀가 코디해준 청자켓 안 후드 뒤집어쓰고 크라잉넛의 ‘밤이 깊었네’ 듣고 있나요. 흔한 별명 한 벌 입는 건요, 꽃 속에서 꽃물 길어 올리기 헤어진 후, 솔향 스민 산수화라.. 2019. 7. 24.
조영란 시인 / 시험지 조영란 시인 / 시험지 급하게 펼쳐진 너를 차근차근 풀고 있었다. 잊힌 과거를 캐듯 집요하게 뜻밖의 문제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비밀을 갖고 있는 사람은 행복할 것 같았다. 너는 태도를 바꿔가며 풀릴 듯 말 듯 나를 흔들고 나는 서툰 마음들을 하나하나 대입하여 무수한 오답들을 길어 .. 2019. 7. 24.
배한봉 시인 / 복사꽃 아래 천년 외 1편 배한봉 시인 / 복사꽃 아래 천년 봄날 나무 아래 벗어둔 신발 속에 꽃잎이 쌓였다. 쌓인 꽃잎 속에서 꽃 먹은 어린 여자 아이가 걸어 나오고, 머리에 하얀 명주수건 두른 젊은 어머니가 걸어 나오고, 허리 꼬부장한 할머니가 지팡이도 없이 걸어 나왔다. 봄날 꽃나무에 기댄 파란 하늘이 소.. 2019. 7. 23.
권정일 시인 / 자본주의 혹은 종이 외 1편 권정일 시인 / 자본주의 혹은 종이 짐승의 가죽을 부드럽게 하여 만든 양피지, 대나무나 무를 얇게 깎아서 만든 것과 같은 것들은 모양과 용 도가 같아도 종이라 할 수 없다.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는 정의하고 있다. 종이의 정의는 어디까지나 '순수한 식물의 섬유를 원료로 한 것'으로 결.. 2019. 7. 23.
한미영 시인 / 신발의 문제 한미영 시인 / 신발의 문제 걷기만이 희망이다 줄창 신고 다니던 마사이워킹화 결국 앞코가 헤벌어졌다 밑창이 곡선이라 몸이 계속 움직인다 보도블록은 케냐의 초원이 되고 겁 없이 나뒹구는 불안을 앞코로 뻥뻥 걷어차도 신발 속은 초원의 숲처럼 폭신하다 삐딱한 걸음걸이로 어둑한 .. 2019. 7. 23.
이순희 시인 / 윤회를 생각하는 아침 이순희 시인 / 윤회를 생각하는 아침 거실바닥을 기어가는 개미를 아무 거리낌 없이 죽였다 개미는 왜 죽임을 당했는지도 모르고 죽었을 것이다 개미가 나를 알지 못하듯 나 또한 저 너머를 알지 못 한다 겁 없이 세상을 활보 한다 또 한 마리의 개미가 눈에 띈다 무심코 밟으려던 마음 .. 2019. 7. 23.
김성호 시인 / 칠만 번의 노래와 춤 김성호 시인 / 칠만 번의 노래와 춤 느낌과 생각이 가닿는 몸짓으로 철썩 차르르르 호응하면서 이전에 모르던 깨달음 새 기운이 치솟아 자취는 사라졌지만 순간이 열리면서 눈을 뜨니 산천초목이 연두의 말을 건넨단다. 그게 아니야 저 벌 나비의 춤 지난 가을의 모습이 아니야 저 새소리.. 2019. 7. 23.
신철규 시인 / 검은 악보 신철규 시인 / 검은 악보 중부고속도로에서 형체가 너무 뚜렷한 사체를 보았다 고양이인지 개인지 확인할 시간도 없이 지나쳤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도 그것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소리를 지른다 아무리 낭만적이거나 과격한 노래를 틀어놓아도 사라지지 않는 경악 .. 2019. 7. 23.
김미정 시인 / 새가 있는 거울 외 1편 김미정 시인 / 새가 있는 거울 어느 다정함이 더 어울릴까 너에게 닿을 수 있기를 허공을 빛으로 채우는 새들의 날갯짓 내 거울 속 출렁이는 날개는 너무 낡아 버렸어 나는 언제부터 너였을까 눈물 섞인 너의 눈망울이 검고 푸르다 앞에서 보면 너는 어여쁘지 벽을 타고 넘어오는 독백들 .. 2019. 7. 23.
김명은 시인 / 조각 찾기 김명은 시인 / 조각 찾기 돌에서 꺼낸 여자의 엄지발가락이 꿈틀거린다. 간신히 무릎을 세운 여자의 손끝을 따라가면 정을 든 남자의 손끝. 그래서 어떻게 생각해 소문에 대해서 물음과 생각이 교차하는 사이 여자의 무릎 위에 손을 올려놓은 너는 여자에게 뺨을 맞았다. 무릎에서 허벅지.. 2019. 7.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