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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15159

김시내 시인 / 몽상가 싹수가 보이기 시작 했어 김시내 시인 / 몽상가 싹수가 보이기 시작 했어 이렇게 재미없는 모임이면 혼자 클럽 가서 술 마시는 게 낫겠다 젊은 척하는 아재들과 대거리하며 버드나무처럼 몸도 흔들고 사실 나는 재미없는 사람 성마르게 사방으로 뻗친 엉겅퀴 포플러 나무가 되고 싶었어 까불대다 반짝이는 이파리.. 2019. 7. 26.
김명이 시인 / 장미의 행방 김명이 시인 / 장미의 행방 장미에 취한 어느 시인과 생일이 같다더군 교감을 멀리하려 할수록 어느새 별은 그의 곁에 자리를 잡았지 꽃은 사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피고 지는 복화술처럼 은밀히 감춘 문장은 의미를 부풀리지만 꽃잎 터지는 수위의 해방인지도 몰라 아무튼 환상을 감.. 2019. 7. 26.
이종섶 시인 / 지구 신호등 이종섶 시인 / 지구 신호등 해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별들의 길, 낮에는 눈이 부셔 쳐다볼 수가 없고 밤에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다 교통정리를 하지 않으면 언제 충돌할지 몰라 동그란 신호등 하나 사시사철 불을 밝힌다 출발을 알리는 연두 등과 걸음마다 박자를 맞춰주는 알록달록 .. 2019. 7. 26.
우원호 시인 /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는 침묵하여야 한다* 우원호 시인 /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는 침묵하여야 한다* ㅡ데카르트의 존재론적 논증에 대한 나의 견해 1 어린 시절 나는 밤하늘의 별들에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나는 누구인가? 라고. 그때나 지금이나 대답 대신 침묵이다 2 언제인가 나는 온누리를 밝게 비추는 밤하늘의 보름달.. 2019. 7. 26.
금시아 시인 / 활공장(滑空場) 외 1편 금시아 시인 / 활공장(滑空場) 바람의 깃털을 훔쳐와 날개를 전사(傳寫)해서 새를 만들어 내는 공장이 있다 나비 한 마리 제 등을 찢고 날아가듯, 발의 동력으로 낭떠러지를 내달리면 등을 활짝 펼치며 활공하는 한 마리의 새, 날개는 공중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람의 틈, 선두와 후미 그 .. 2019. 7. 26.
박주하 시인 / 투명 박주하 시인 / 투명 투명함이 번진다. 꿈을 감춘 새의 발가락은 점점 가늘어진다. 적막한 식욕으로 어딘가를 다녀오는 꿈, 어딘가를 다녀오는 생각들. 서랍 속에는 투명한 망설임들이 가득하다. 이렇게 한 생애가 저물 수 있겠다. 밖으로 새어나가는 어린 새의 투명한 울음 파도 끝에서 새.. 2019. 7. 26.
함순례 시인 / 자정의 작용 함순례 시인 / 자정의 작용 웃는 별이 있다. 우는 별이 있다. 오래 걸어온 자들은 안다. 광장에 주저앉아 신발을 벗고 부르튼 발 주무르며 언제까지 걸어야 하나 혼잣말은 앞으로도 첫 마음으로 걸어야 한다는 것. 거대한 파도에 밀려 헤진 옷 훌훌 벗어놓고 등을 말고 잠든 순간에도 심장.. 2019. 7. 26.
현종길 시인 / 인형의 그림자 현종길 시인 / 인형의 그림자 렌즈에 반사된 그림자. 햇빛 차단장치로 몽상에 빠진다. 쿠키항아리에 손을 넣고 쿠키를 먹지 않았다고 썩은 냄새가 더 향기로울 때도 있지. 동강난 초 같은 냉혈한도 있지. 인형들이 사다리를 오르지만 너무 빡빡이 살다 항상 놓치는 기회. 시커먼 발에 걸려.. 2019. 7. 26.
김신영 시인 / 적멸(寂滅) 외 1편 김신영 시인 / 적멸(寂滅) 돌이켜보면, 나를 흔들어 대던 바람은 한밤의 먼지에 불과했습니다 멀리서 손사레를 치며 우리를 맞이하던 몸짓은 태양같은 강렬로 가슴을 후벼 내었지만 그도 불볕에 사라지는 물기에 불과했습니다. 잊고자 누워 있던 바위에서 싹이 틉니다. 삶을 끊고자 버린 .. 2019. 7. 25.
유현숙 시인 / 보름사리 외 1편 유현숙 시인 / 보름사리 1 통영 나들목 지나면 한산 앞바다 거기서 헬리혜성 꼬리가 잡히겠다 썰물 이랑이랑 밀고 가는 소매물도까지 바다는 팔다리가 타고 소금기 밴 맨 등짝이 텄다 땡볕에 달은 갯바닥에 발목이 빠지며 부동산 소개소를 기웃거리며 낡고 쓸쓸한 작은 거처 한 곳 찾아나.. 2019. 7. 25.
성향숙 시인 / 어쩌다, 진화 성향숙 시인 / 어쩌다, 진화 망각의 힘으로 밀려왔다 전혀 모르겠는데 나를 안다는 네가 메일에 첨부한 흑백 사진 모르는 얼굴들만 시체처럼 모여 나를 거쳐 간 내가 단절된 정지화면으로 서 있다 유인원은 어느 순간 두 다리로 우뚝 섰다지 앞다리 버리는 일이 진화라면 잃어버린 고리는.. 2019. 7. 25.
이효림 시인 / 민낯 이효림 시인 / 민낯 이상이 살았다 철학자의 헤진 신발 같은 집 이었다 이웃은 멸종 중 이었다 산은 또 들어와 마당을 서성이고 있었다 시민은 별에서 별로 이동 중이었다 맨드라미는 기도를 하고 있었고 바람 부는 날이면 작은 미래도 펄럭거렸다 나무는 어린아이의 첫 슬픔을 지문으로 .. 2019. 7.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