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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15159

박수빈 시인 / 안녕, 태양주의 외 1편 박수빈 시인 / 안녕, 태양주의 이태원 거리는 어때요? 장날 아니고 동물원도 아닌데 신호등이 바뀌자 닭처럼 구시렁구시렁 되똥되똥 후다닥 무릎 나온 청바지에서 모래가 흘러내려요 오토바이의 동그라미 옆에 채송화가 징징대자 솜사탕이 몽실거리고 눈이 부신 당신 따위쯤이야 하면서.. 2019. 7. 29.
강미영 시인 / 새로운 유파 강미영 시인 / 새로운 유파 시간은 새로운 영역에서 단단한 근육으로 흐른다. 너를 위해 가을이 왔다. 매년 매번 가을이 왔다. 죽음은 그렇게 쉽게 왔다 무너지고 피었다. 너를 위해 기차를 탔다. 창밖으로 스쳐가는 것은 박하사탕 벗어놓은 구두는 한없이 편안하다. 어떤 가수의 노래는 .. 2019. 7. 29.
이혜민 시인 / 그 사내를 보았네 이혜민 시인 / 그 사내를 보았네 매운 겨울바람이 가랑잎 한 무리를 끌고 가자 회색빛 담벼락에 달라붙은 현수막 죽자니 살자니 아우성이다. 얼어붙은 쇠창살 들이받으며 시멘트벽을 발로 차며 붉은 글씨, 거리의 노점상도 이 나라의 시민이다 생계형 포장마차를 인정하라. 덩달아 울그.. 2019. 7. 29.
이송희 시인 / 빨대를 꽂다 이송희 시인 / 빨대를 꽂다 누군가 내 몸에 빨대를 꽂는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스르르 다 빨린 주스 팩 하나 양 볼이 홀쭉하다. 가죽만 남은 몸에 꽂혀 있는 빨대가 허공을 빨아들인다, 빈 욕망에 고독을. 내 몸을 빨아들였던 당신들이 빨려든다. 물기를 다 털리고 버려지는 이름.. 2019. 7. 29.
배성희 시인 / 잠수종(diving bell) 외 1편 배성희 시인 / 잠수종(diving bell) 한낮의 태양이 문을 닫고 나갔다 계속, 쿵쿵 울리는 가슴을 무시하고 까만 그물스타킹을 신었다 손가락 끝으로 구멍 하나하나를 찌르며, 확대 렌즈로 찍은 달팽이 구애 장면만 거듭 돌려보았다 그해 겨울은 죽어가는 산세베리아 줄기들이 사방에 널려 있.. 2019. 7. 28.
김지녀 시인 / 이석(耳石) 외 1편 김지녀 시인 / 이석(耳石) 이것은 귓속에서 자라나는 돌멩이에 관한 기록이다 귓가에 얼어붙는 밤과 겨울을 지나 오랫동안 먼 곳을 흘러왔다 시간을 물고 재빠르게 왔다 부서지는 파도의 혀처럼 모든 소리들은 투명한 물결이 되어 나에게 와 덧쌓이고 뒤척일 때마다 일제히 방향을 바꿔 .. 2019. 7. 28.
김지명 시인 / 동백나팔수 김지명 시인 / 동백나팔수 맞춤이 있다 부침을 솎아내는 맞흥정이 있다 꿈속을 다녀온 잠이 빨강 블럭 밖을 걸어간 성마름의 자리 동백은 더운 가슴을 오려 동박새를 잊는 습속이 있다 거미가 가지에 손가락을 걸고 실뜨기를 하는 동안 바람이 대책 없이 풍등처럼 엉덩이를 쳐올리는 동.. 2019. 7. 28.
박가경 시인 / 낙관 외 6편 박가경 시인 / 낙관 발자국으로부터 시작되는 계절이다 조금씩 열리는 수평선을 잠재우며 손가락 끝에 힘을 조절 한다 당신 몸에 쌓아 두었던 언표들이 흘러나오고 우리의 낡은 웃음들이 테두리를 만들기 시작 한다 칼끝을 따라 들려오는 당신의 음성을 가두기 위해서는 밖에서 새어 들.. 2019. 7. 28.
김은상 시인 / 하이델베르크의 고독 김은상 시인 / 하이델베르크의 고독 몽상적 폭설이다. 고양이와 함께 잠들어 흘러가는 방이다. 내 나이에 걸맞은 곁이 없다는 것을 자책하면서. 더듬더듬 곁이 슬퍼 황도십이궁을 꿈틀거리면서. 몇 명, 아니 몇 그루의 하이델베르크를 예감하면서. 무너진 하이델베르크를 헤아린다. 저녁.. 2019. 7. 28.
한소운 시인 / 무궁화 열차 한소운 시인 / 무궁화 열차 절실하지 않아도 이별은 쓸쓸하여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느린 강물 같은 기차. 철컥철컥 마음을 흔듭니다. 비행장도 ktx도 없는 안동역. 갑자기 술래가 된 듯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두 번 세 번 뒤 돌아봅니다. 텅 빈 객실, 어디에 숨어야할까요. 철커덕철커덕 .. 2019. 7. 28.
정민나 시인 / 소청도, 너의 이름은 스트로마톨라이트* 정민나 시인 / 소청도, 너의 이름은 스트로마톨라이트* 너는 걸어가고 있다. 발치에 어린 피조개와 연한 물미역을 거느리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돌아가고 있다. 파도가 할퀴는 무릎을 세우고 오르고 미끄러지며 달의 모서리를 딛는다. 너의 몸은 태고의 비밀을 잉태했다. 그것을 노리는 .. 2019. 7. 28.
박경순 시인 / 날멸치를 고추장에 푹 찍다가 박경순 시인 / 날멸치를 고추장에 푹 찍다가 한 끼 밥상이 비릿해집니다. 엄마네 고추장독이 태풍 솔릭에 와락 쏟아져내리지 않았는지 누이가 멸치똥을 발라내는데 동생의 식성이 딸려 나와 수북하게 대가리들이 들이대며 밥상머리에서도 은빛으로 빛나는 비늘입니다만 퉁퉁 분 누른밥 .. 2019. 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