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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15159

김성춘 시인 / 천사 외 1편 김성춘 시인 / 천사 짙은 눈썹으로 밤새가 운다 초사흘달 몸이 마르고 있다 어린 별들의 몸이 뜨겁다 별의 열 손가락끝, 새의 맨발이 만져진다 울음은 언제나 뜨겁고 슬픔보다 더 깊다 발목에 초사흘 달, 푹푹 빠진다 달의 잎사귀에 푸른 음악이 묻어 난다 별의 몸은 부서지지 않고 반짝인.. 2019. 7. 31.
황경숙 시인 / 그린란드 보고서 외 1편 황경숙 시인 / 그린란드 보고서 입술이 떨어져 발등에 툭, 태양이 끝나는 곳 얼어붙은 땅에서 숨겨둔 자식의 이름 스노우 스노우 말하는 동물의 언어 뜨겁지 못해 차가운 피 굳게 닫혔던 응고된 말들을 꺼내려고 불안한 발음으로 당신을 부른다 날카로운 따뜻함으로 웃음을 베면 흰빛으.. 2019. 7. 31.
전인식 시인 / 대추벌레 외 2편 전인식 시인 / 대추벌레 달콤한 과즙의 단맛에 취해 아작아작 정신없이 씹고 있는 틈을 타서 너는 손쉽게 내 몸속으로 잠입에 성공한다 이제 너는 나를 엿보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모를 것이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장소와 시간에 따라, 사람에 따라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수시로 말 바꾸.. 2019. 7. 31.
임재정 시인 / 저수지 외 3편 임재정 시인 / 저수지 창고가 아니야, 쇠창살이 있으니까 터널을 지나면 숨겼던 얼굴을 꺼내야 해 그것은 어둠과 양 떼를 뒤섞는 일 침묵해, 목소리가 달라질 거랬어 헬륨을 통과하면 노랑에도 송곳니가 돋지 신발 곰 인형 책가방 부르튼 입술 새끼손가락, 식인상어 뱃속에서 진흙 사람들.. 2019. 7. 31.
최진화 시인 / 피의 공전 최진화 시인 / 피의 공전 손가락이 베인 어느 날, 뚝뚝 흐르는 피가 통증보다 빨리 뱉어 내는 소리들 내 속에 숨어 있던 어제의 소리들 은하계 너머 여독도 풀지 못한 채 성큼 날아든다. 얼어붙은 강이 쪼개지던 봄날의 소리 대륙을 건너오던 햇빛과 바람 소리 끝없는 초원을 구르던 말발.. 2019. 7. 31.
정연희 시인 / Snowbell 정연희 시인 / Snowbell 때죽나무 꽃들 터널을 이루었다. 한때 당신과 걷던 이야기 발아래 종소리로 부서져 내린다. 오월 아침에 울리던 종소리 정갈한 능선 따라 흩어졌다. 먼 곳에 있는 당신 그 소리 듣고 있겠지요. 나뭇가지 한 다발 끌고 냇가로 달려가 이파리 찧어 물속에 놓아두면 수천.. 2019. 7. 31.
최종무 시인 / 틈 최종무 시인 / 틈 이분법이 시작되는 기막힌 균형이죠. 압력의 갈라진 흐름 나누어 막아 단단해진 서로가 싸늘하게 지켜보는 간격. 힘이 응고되는 바닥에서 어둠이 부화해 세상에 밤이 오는 거지요. 일부러 보석 추 눈 맞추고 주문 걸어 깜깜한 맹골수도 뻘 속 가라앉은 세월호 밑바닥 묵.. 2019. 7. 31.
장종권 시인 / 아산호는 흙처럼 돌처럼 누워 있다 외 1편 장종권 시인 / 아산호는 흙처럼 돌처럼 누워 있다 -아산호 가는 길 21 죽은 것은 산 것보다 강하다. 죽은 것은 죽지 않고 살아서 산 것들의 가슴에 산 것들보다 오래까지 살아남는다. 흙을 보라, 돌을 보라, 물을 보라. 바람을 보라, 구름을 보라, 하늘을 보라. 죽어있는 저 위대한 주검 앞에 .. 2019. 7. 30.
송계헌 시인 / ‘붉다’ 앞에 서다 외 1편 송계헌 시인 / ‘붉다’ 앞에 서다 신호를 기다리며 지금 저 붉은 신호가 영원히 꺼지지 않는다면 지지 않는 동백이 되어 이 거리에 선혈 낭자해 진다면 나는 여기 이대로 서서 천년세월을 뿌리내릴 것이고 인도 무굴왕의 옛사랑을 노래할 것이고 온갖 추억을 흔들어 세숫대야에서 쩔렁.. 2019. 7. 30.
이민하 시인 / 검은고양이소셜클럽 외 1편 이민하 시인 / 검은고양이소셜클럽 지붕 위에 무릎을 깔고 우리는 마주 봅니다. 두 손을 몸에 넣고 쏟아질 듯 인사합시다. 모호하게 웃으세요. 백내장 낀 거울처럼 통성명을 하세요. 눈부신 낮의 계획들이 거리의 낯을 바꾸지만 우리는 감각의 고수들. 비행접시처럼 출몰하는 우리의 기원.. 2019. 7. 30.
이병일 시인 / 옆구리의 발견 외 1편 이병일 시인 / 옆구리의 발견 나는 옆구리가 함부로 빛나서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먼 바다가 감쪽같이 숨겨놓은 수평선과 아가미가 죽어 나뭇잎 무늬로 빛나는 물고기와 칼을 좋아해 심장의 운명을 감상하는 무사와 무딘 상처 속에서 벌레를 키우는 굴참나무는 매끈한 옆구리를 지녔다 .. 2019. 7. 30.
이지담 시인 / 바다 의자 외 1편 이지담 시인 / 바다 의자 마을 바람벽에 기대 바다를 바라보는 나무의자 밤마다 남몰래 걸어 나온 바다가 앉았다 간 양 결마다 물결이 내려앉은 흔적 또렷하다 온몸이 가슴인 바다도 제 수평선을 바라보기 위해 저리 작은 의자에 기대기로 한 것일까 큰 품일수록 공허의 빈자리도 넓은 것.. 2019. 7.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