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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15159

한경용 시인 / 한국 현대 여성 시인 사(史) 100년, 100인보 연작시 3 한경용 시인 / 한국 현대 여성 시인 사(史) 100년, 100인보 연작시 3 ㅡ김일엽, 수덕사의 흰 스님 밤이 깊습니다. 이 밤이 깊은 만큼 물도 산도 여우의 울음도 깊어 가겠지요. 환희대를 지나다 보니 아직 등불이 켜져 조심조심 걸어갔습니다. 낮에는 '청춘을 불사르고 '*를 읽은 불자 여인이 왔.. 2019. 8. 3.
오명선 시인 / 개와 늑대의 시간 오명선 시인 / 개와 늑대의 시간 나를 읽지 마세요. 밤인지 낮인지 너와 나의 경계를 지워주세요. 주말이면 부산으로 갑니다. 부모님을 뵈러 갑니다. 착한 딸이라고 하네요. 효녀라고 하네요. 머리 밑이 스멀스멀 모자를 푹 눌러 썼어요. 내가 모르는 나입니다 네가 모르는 너입니다. 가까.. 2019. 8. 3.
문숙 시인 / 기울어짐에 대하여 외 1편 문숙 시인 / 기울어짐에 대하여 친구에게 세상 살맛이 없다고 하자 사는 일이 채우고 비우기 아니냐며 조금만 기울어져 보란다 생각해보니 옳은 말이다 노처녀였던 그 친구도 폭탄주를 마시고 한 남자 어깨 위로 기울어져 짝을 만들었고 내가 두 아이 엄마가 된 것도 뻣뻣하던 내 몸이 남.. 2019. 8. 2.
이제니 시인 / 고아의 말 외 1편 이제니 시인 / 고아의 말 이 슬픔을 따라가면 고아의 해변 늙고 병들고 지친 마음이 내 얼굴을 오히려 더 젊어 보이게 합니다. 어둠 속에서 써내려간 글자들을 읽으려고 종이 위에 두 손을 올려놓고 종이의 질감을 만져보았습니다. 종이는 울고 있었습니다. 심장은 손가락과 연결되어 있.. 2019. 8. 2.
김점용 시인 / 달마도를 걸다 외 1편 김점용 시인 / 달마도를 걸다 못 박는 일은 쉽지 않다 단단한 시멘트벽 겨우 자리를 잡았다 싶어 조금만 힘을 주면 튕겨나가고 튕겨나간다 사람들도 그렇지 내 사람인가 싶을 때 속잎에 비치던 눈물 녹이 슬고 등을 보이고 더 이상 기다리는 일 없을 때 패인 못 자국 닿을 수 없는 그림으.. 2019. 8. 2.
이사라 시인 / 얼룩 외 1편 이사라 시인 / 얼룩 검버섯 피부의 시간이 당신을 지나간다 시간을 다 보낸 얼룩이 지나간다 날이 저물고 아픈 별들이 뜨고 내가 울면 세상에 한 방울 얼룩이 지겠지 우리가 울다 지치면 한 문명도 얼룩이 되고 갓 피어나는 꽃들도 얼룩이 되지 지금 나는 당신의 얼룩진 날들이 나에게 무.. 2019. 8. 2.
조재형 시인 / 사소한 질문 외 4편 조재형 시인 / 사소한 질문 누가 저 달을 하늘에 가두었나 밤하늘에 귀를 기울이는 건 절규를 그리워하기 때문인가 나무 아래 벗어놓은 낙엽들이 있고 바람이 짝을 맞추어 11월을 신고 간다 의자는 다리가 부러져 휴식을 얻는 것인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때 비로소 자신에게 돌아갈 .. 2019. 8. 2.
김유섭 시인 / 도둑들 김유섭 시인 / 도둑들 돈 냄새가 코를 찌르는 도시 팔차선 스트리트 뒷골목 어디를 가도 입에 거품을 문 얼굴이 붐빈다. 반갑다 어깨 툭 치며 지갑 빼내기 따위는 변두리나 굴러다니는 길고양이 비밀금고에 귀를 대고 숫자판을 돌리는 손가락 신화도 추억의 휘파람이 된 지 오래다. 빌딩 .. 2019. 8. 2.
강지희 시인 / 서식지 강지희 시인 / 서식지 백만 마리 새가 사는 지구이니까 백만 가지 새 이름 거기에 있겠다. 기침 줄지 않는 큰코뿔새 목구멍은 분주하겠다, 하루치 역할해내느라 기이한 울음은 고단하겠다, 큰 코뿔 들어 올려 새끼도 길러야 한다. 침 덧발라 둥지 짓는다는 칼새도 침 바르지 않으려고 입 .. 2019. 8. 2.
김택희 시인 / 폭염 김택희 시인 / 폭염 입에 넣어 주던 것이 버찌였나. 붉은 얼룩이 주루룩 열정마저 물러버린 막막함이 다시 왁자하게 울음을 놓는다. 밟힌 목련처럼 대책 없는 소란의 계절. 새벽 세 시는 넘치는 부재 은밀한 압박 웅크린 등 뒤로 마구 달려들어 쪼그려 앉아 빽빽한 삼나무 숲 그리면 돌아.. 2019. 8. 2.
구효경 시인 / 파약 구효경 시인 / 파약 내일을 몰라도 내일 다시 모일 아이들은 놀이터를 떠나 집으로 돌아갔다. 하얀 털을 가진 길 고양이 울음소리만 바람을 뛰어넘네. 노을을 주렁주렁 단 하늘에서 가는 비가 내리네. 짧은 새끼손가락을 엄지로 어루만지며 입술을 깨물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손가락들.. 2019. 8. 2.
이수명 시인 / 왜가리는 왜가리 놀이를 한다 외 1편 이수명 시인 / 왜가리는 왜가리 놀이를 한다 왜가리는 줄넘기다. 왜가리는 구덩이다. 왜가리는 목구멍이다. 왜가리는 납치다. 왜가리는 왜가리 놀이를 한다. 테이블은 하나다. 테이블은 둘이다. 테이블은 셋이다. 테이블은 숲 속에 놓여 있다. 손을 들고 숲이 출발한다. 테이블은 없다. 테.. 2019. 8.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