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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15159

김승희 시인 / ‘알로라’ 라는 말 외 1편 김승희 시인 / ‘알로라’ 라는 말 알로라 내 말 좀 들어봐, 나, 지금, 여기, 이탈리아야, 베네치아, 고독하지, 뭘, 여기서는 고독해도 괜찮아, (배가 새고 있는데) 알로라, 입안에 굴려보면 말을 걸 사람이 있어지는 것 같은 느낌, 알로라, 라는 말 참 좋아, 나 이탈리아 말 한 마디도 모르는.. 2019. 7. 30.
이명수 시인 / 몬세라트 가는 길 이명수 시인 / 몬세라트 가는 길 절벽을 만들었다 한 무리의 목동들이 하늘에서 빛이 내려와 절벽을 덮는 것을 보았고 천사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곳 절벽에 몬세라트 수도원을 지었다 누군가 울었다 빛이 빛을 몰고오고 안개가 안개를 몰고 가는 서로의 속으로 사라지는 모든 경계를 .. 2019. 7. 30.
김예강 시인 / 마들렌을 찾아 김예강 시인 / 마들렌을 찾아 골목을 걸었어 책갈피가 되어 골목에 꼽혀 골목을 걸었어. 읽지도 버리지도 않는 헌책이 꽂힌 서가 잊지도 못하고 골목을 걸었어. 햇살 속을 걸었어 골목을 걸었어. 열중이고 한가한 골목. 손 등으로 햇살을 막고 골목을 걸었어. 걷고 걸으면 냄새가 나는 골.. 2019. 7. 30.
권자미 시인 / 팔마구리 권자미 시인 / 팔마구리 배산과 임수에 집을 짓고 있어요. 비단 집을 사람들이 내 집을 두고 말이 많다지요. 마구리를 치고 연둣빛 팔팔한 기운을 덧대서 이만한 당호가 없겠다 싶은데 팔마구리만한 게 분수를 모르고 까분다. 수군거린다고 합디다. 녹우당이니 삼백당이니 풍수지리한 곳.. 2019. 7. 30.
권성훈 시인 / 보리살타 돼지 권성훈 시인 / 보리살타 돼지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 머리 어깨 발 무릎 발머리 어깨 무릎 귀 코 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자라는 듯 내장을 내주고도 희미하게 담긴 뼛속에서 나온 뚝배기 한 웃음.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0월호 발표 권성훈 시인 2002년 《.. 2019. 7. 30.
김연아 시인 / 흰 당나귀의 침대로 돌아오라 외 1편 김연아 시인 / 흰 당나귀의 침대로 돌아오라 내 꿈엔 한 남자가 있고 그는 투명인간은 아니었지만 나에게만 모습을 드러내었다 1. 죽은 시인 K에게 내 방은 목쉰 별들의 외침으로 가득하다 여기에는 검은 바다의 추위와 생선 냄새가 배어 있는 더러운 벽들이 있다 부서진 계단과 소리를 삼.. 2019. 7. 29.
문성해 시인 / 굴뚝 외 1편 문성해 시인 / 굴뚝 멀리 정신병동 굴뚝에서 한 줄의 희디흰 연기가 피어오른다 불켜진 창문이 양귀비꽃처럼 환하다 그 속에서 구부러진 꽃술처럼 서성거리는 사람들 밤이면 각양각색의 소리로 울부짖어도 온갖 뒤범벅된 사연들이 총천연색이어도 그것들을 뒤섞어 끓여내는 굴뚝에는 .. 2019. 7. 29.
우희숙 시인 / 도시의 쥐 외 1편 우희숙 시인 / 도시의 쥐 새벽녘이면 쥐가 들어온다 시골집 천정은 늘 쥐 오줌으로 얼룩져 있었다 소리 없이 잠입하려해도 부실한 천정은 그들의 말발굽 같은 발소리를 감춰주지 못했다 숨죽이며 경직된 몸이 그걸 기억하나 종아리 근육이 오그라들며 새벽 단잠을 깨운다 쥐들이 스트레.. 2019. 7. 29.
조윤희 시인 / 剩餘人間 외 1편 조윤희 시인 / 剩餘人間 내 꿈들이 매달려 있는 내 몸은 무겁다 언제부턴가 내가 내 몸을 끌고 다닌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내 몸의 뼈가 더 이상 만져지지 않았을 때 내 몸에 살이 붙고 불어난 나의 탄력 없는 살이 비곗덩어리에 불과하다는 사실 앞에서 새삼스럽게 서글퍼지는 것은 그것.. 2019. 7. 29.
안주철 시인 / 밥 먹는 풍경 외 1편 안주철 시인 / 밥 먹는 풍경 둥그렇게 어둠을 밀어올린 가로등 불빛이 십원일 때 차오르기 시작한 달이 손잡이 떨어진 숟갈일 때 엠보싱 화장지가 없다고 등 돌리고 손님이 욕할 때 동전을 바꾸기 위해 껌 사는 사람을 볼 때 전화하다 잘못 뱉은 침이 가게 유리창을 타고 유성처럼 흘러내.. 2019. 7. 29.
손미 시인 / 컵의 회화 외 1편 손미 시인 / 컵의 회화 한 번씩 스푼을 저으면 내 피가 돌고 그런 날, 안 보이는 테두리가 된다 토요일마다 투명한 동물로 씻어 엎으면 달의 이빨이 발등에 쏟아지고 난간을 따라 걷자 깊은 곳에서 녹색 방울이 튀어 오른다 살을 파고 모양을 그리면서 백지 위 젖은 발자국은 문고리가 된.. 2019. 7. 29.
여성민 시인 / 새의 좋은 점 여성민 시인 / 새의 좋은 점 우리가 바나나나무처럼 어긋났으면 왼쪽 주머니의 담배와 오른쪽의 볼펜처럼 가까운 주머니가 나를 한 바퀴 돌아 먼 오로라가 되었으면 나는 신처럼 멋지게 담밸 피울 수 있지 내 연기가 내 손을 둘러싸게 할 수 있지 오로라처럼 오로라처럼 바나나가 휘어서 .. 2019. 7. 29.